“한국인이 피겨 스케이팅의 여왕이 되다니” -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러시아와 미국, 영국, 동구권이 주름 잡아온 피겨 스케이팅을 한국인이 최고의 점수로 석권했다는 것에 해외동포 모두가 놀랐다. 김연아가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잘하는 줄은 몰랐다.
코리안이 코리안에게 놀랄 때 - 그것은 한국이 발전하는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인 스스로가 놀란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월드컵 축구 4강 진출, 올림픽 야구 금메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 등등. 그리고 요즘 미국의 LPGA를 휩쓸고 있는 여성골퍼들이 그렇다.
한국인이 진출해 뛰어난 재질을 보이는 분야는 많다. 그러나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분야가 있다. 위에 열거한 분야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하던 것이다. 김연아의 쾌거에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가 놀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즘 해외에 살고 있는 코리안들을 놀라게 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한국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박연차 스캔들’이다. 전임 대통령의 형과 측근들이 구속되더니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도 체포되고 마침내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거론되고 있다.
별난 일이 다 일어나는 것이 공무원 사회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대통령의 사정담당 비서관이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경찰관이 강도질하고 판사가 피고인으로부터 뇌물 받고 교수가 제자를 강간했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정권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구속되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누구 차례가 될까 현 참모들의 얼굴들을 떠올리게 된다. 도대체 왜 대통령의 아들이나 인척들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주무르려고 할까. 가문에서 대통령 탄생했으면 됐지 거기다 인척들이 돈까지 모을 생각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감옥에 가는 고속도로를 닦는 일이다.
8년 대통령을 한 부시는 동생이 4명이나 되었지만 형 이름 팔아 업자로부터 돈 받았다는 동생은 한 명도 없다. 아버지 부시도 아들 돕느라 여행만 부지런히 했지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다. 클린턴도 퇴임 후 자서전을 쓰고 강연을 해 돈 벌었다. 은퇴 후 여생을 보내라고 미국 대통령에게 재벌이 500만달러를 희 사 명목으로 돈을 건네는 일은 외국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다.
한국 정계에서는 고위 공직자일수록 감옥에 가는 일이 많아 꼴뚜기가 아니라 잉어가 생선 망신시키는 격이다. 근본적으로 준법정신이 잘못되어 있다. 서울에서 새벽에 택시를 타면 여러 번 놀란다. 운전기사가 사방을 둘러본 후 차가 없으면 빨간 신호등인데도 그대로 달린다. 사람 없더라도 대로에서 소변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야 되는데 그게 아니다. 닥터 지킬에서 하이드로 갑자기 얼굴이 바뀐다.
권력 잡은 사람들이 남이 보는 데서만 법을 지키는 시늉을 하니 정치가 발전할 리가 없다. 통치의 원리는 간단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법이다. 그런데 고위층일수록 법으로 치장하고 있으면서도 법 준수정신이 몸에 배어 있지를 않다. 돈 준 사람이 “내가 몇월 몇일에 얼마 주지 않았느냐”고 얼굴을 보며 말하는데도 상대방은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뗀다. 이건 양심의 수준 문제다. TV 뉴스시간이면 두 번 놀란다. 김연아에 놀라고 정치인들의 안면몰수에 놀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