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불경기가 닥치면 사원부터 줄여 일시적인 주가상승을 도모한다. 이는 사원들을 비용절감의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운영방침이다. 사원처우의 개선은 회사의 이익을 깎아먹는 것이 아니라 애사심을 키우기 때문에 성장의 원동력이다. 기업은 이윤추구만이 아닌 진정한 가치에 의해 경영될 때 성장할 수 있다”
얼마나 멋있는 이야기인가. 스타벅스의 회장 하워드 슐츠의 경영철학이다. 슐츠는 조그만 소매상점을 재벌급 회사로 키운 전설적인 인물이다. 나는 3년 전 시애틀에 들렀을 때 슐츠가 종업원으로 일했다는 스타벅스 1호점부터 찾아갔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슐츠로 하여금 잘나가는 회사의 부사장직을 버리고 스타벅스의 카운터 뒤에서 일하게 만들었을까 궁금해서였다.
그는 이 가게를 사들인 후 스타벅스를 45개국에 1만6,300개의 영업소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 시켰다. 90년대의 스타벅스는 성장의 심벌이었으며 연간 성장률이 30%-50%나 되어 클린턴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그를 초청하여 소매업 성공의 비결을 들은 적도 있다.
슐츠의 성공비결은 한마디로 차별화, 고급화다. 맥도널드나 덩킨 도넛과는 전혀 다른 가족 분위기에서 배리스타(커피 만드는 사람)가 손님과 이야기도 나누어가며 스타벅스 커피가 인스턴트커피와 얼마나 다르며 질이 고급인가를 시범 보인다. 스타벅스는 맥도널드와는 달리 선전을 하지 않으며 입에서 입으로 번져 나가도록 했고 상품의 질과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거부하고 직영했다.
이 스타벅스가 지금의 불경기 속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수입이 54%나 줄고 주식값이 70%나 떨어졌다. 지난해 여름 600개의 업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 했으나 올해 3월까지 975개나 문을 닫고 이로 인해 관련된 1만8,4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오스트렐리아의 경우 84개의 스타벅스 중에서 61개의 매장이 문을 닫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스타벅스가 계속 번창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한국에서는 자존심이며 위신이다. 그래서 끼니는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커피는 스타벅스에서 먹는다는 소위 ‘된장녀’의 집합소처럼 되어있다. 들어가 보면 그 고급스러움에 놀란다.
바로 이 고급스럽다는 인상 때문에 미국에서는 불경기와 맞물려 스타벅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일로번창 하고 있으니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슐츠가 차별화를 내세우며 우습게보던 맥도널드와 덩킨 도넛은 요즘 매상이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스타벅스에 자극 받아 커피의 질을 향상 시킨 것이다.
스타벅스는 지금 자신의 상품이 싸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선전해야 될 형편이다. 그 대안으로 지난주 스타벅스는 VIA라는 인스턴트커피를 만들어 팔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커피의 고급화, 차별화라는 슐츠의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다. 불경기가 너무나 심하니까 사람들이 모차르트 음악 들으며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세일즈의 귀재로 불리던 슐츠의 시대는 갔다. 그는 불경기를 고려하지 않고 스타벅스를 확장 시키는 데만 신경을 쓰다 파트너로 부르던 수많은 직원을 해고 시키는 수모를 겪고 있다. 슐츠와 같은 CEO는 호경기에는 어울리지만 불경기에는 오히려 회사에 장애요소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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