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 부실 금융기관의 대명사로 불리다 공적자금을 받고 국유화됐지만, 이번엔 보너스 파문으로 ‘도덕적 해이’의 전형으로 불리며 전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됐다.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청문회에 불려다니기 바쁘고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는가 하면 TV 토크쇼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고 심지어 회사 임원 집 앞을 지나가는 버스 투어가 생겨날 정도다.
경쟁업체들은 부실업체라고 비난하면서 불안감에 떠는 이 회사 고객을 빼앗아가는데 혈안이 돼 있고 실적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금융회사가 이름만 바꾼다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하면서 이제 문제는 AIG를 휘청거리게 했던 파생상품의 악순환이 아니라 AIG라는 기업 브랜드의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기업 입장에서 기업 브랜드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고객은 기업의 이름과 CI 등으로 대변되는 기업 이미지를 통해 해당 기업을 믿고 신뢰하면서 제품을 구입한다.
더구나 안전성과 신뢰성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업의 경우에는 기업 이미지가 영업 전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보험사는 안전하고 튼튼한 게 생명이다.
하지만, AIG의 현실은 암울하다.
최소한 자금이 빠져나가진 않는다 해도 자금이 유입되진 않는다. AIG는 최근 공시에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엔 작년 마지막 3개월간 받은 프리미엄이 1년전보다 22% 줄었다고 밝혔다.
일리노이 소재 레거시 인베스트먼트 서비스의 파이낸셜플래너(FP)인 그레그 티스는 왜 우리가 계속 뉴스에 오르내리는 업체와 거래를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매출은 계속 줄어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투입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도록 경제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이 업체의 자회사를 매각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 사이에 고객들이 이탈하면 이 업체의 자산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AIG의 경쟁업체들은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부지원을 받은 AIG가 보험가격 인하 등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이를 규제해줄 것을 촉구하는 등 AIG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에 들어간 상태다.
경쟁업체들은 AIG가 위기로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고객들을 빼앗아오고 특히 AIG의 아성이었던 아시아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AIG의 에드워드 리디 최고경영자(CEO)는 AIG 브랜드가 타격을 입었다면서 브랜드 재고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이름을 바꾼다고 이미지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AIG는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인 사업가가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언더라이터스(AIU)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뒤 1967년부터 아메리칸 인터내셔널이라는 상호를 쓰기 시작했고, 전 세계 130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 위기 파문 후 AIG 산하 자동차보험 부문인 AIG 다이렉트는 AIG와 합병하기 전 이름인 `21세기’로 기업명을 교체한 바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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