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로젠버그 부부가 1953년 소련에 미국의 수소탄 제조 기밀을 넘겼을 때 유대인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한동안 유대인 증오현상까지 일어나 유대인들이 불안해했던 적이 있다.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등장한 ‘메이도프 폰지사기(다단계)’를 유대인 커뮤니티는 요즘 로젠버그 사건에 준하는 케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메이도프는 어떻게 500억 달러나 되는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었을까. 바로 유대인 자선단체가 그의 홈베이스였다. 그는 수많은 문화 예술 자선단체의 재무, 총무 등을 지내면서 유대인 부자들을 알게 되었다. 메이도프 사기사건 피해자의 대부분이 유대인이며 뉴욕과 팜비치의 부자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자선단체의 실무경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유대인 로비단체인 AJC(미국 유대인연맹)의 재무와 예시바 대학 이사장 등을 맡을 수 있었다. AJC는 유대인 사회의 이익을 보호 하기위해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주는 단체로 미국의 상하의원 중에서 AJC로부터 선거자금을 안 받은 의원이 없을 정도다.

메이도프는 월가의 신화적 존재였으며 그래서 나스닥 위원장까지 지냈고 유대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투자자들이 자신에게 돈 관리를 부탁하면 “돈을 벌게 해주면 자선기관에 기부금을 내놓겠는가”라고 선행을 강요했다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메이도프 때문에 1억2,000만 달러를 날린 후 자살한 빌레후셰라는 증권전문가가 있다. 그는 자살하기 며칠 전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월가의 투자자들이 주식하락으로 모두 엄청난 손해를 보았는데 우리는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익배당금을 받고 있으니 메이도프는 하늘이 내려 보낸 사람이 틀림없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메이도프는 50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어디다 썼을까. 그가 돈의 행방에 대해 입을 여는 날엔 유대인 커뮤니티에 또 하나의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월가는 예측하고 있다. 메이도프는 통 크기로 유명해 뉴욕의 음악, 미술단체, 미국의 유명대학, 유대인 문화 보존단체, 그리고 이스라엘에 어마어마한 자선기금을 희사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다 밝혀지면 자금회수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 보통 시끄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입을 다물기로 결심한 것 같다. 법정에서 자신의 11개 죄목을 다 인정하고 플리바겐(감형을 위한 검사와의 타협)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더구나 자신만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20년 동안 4,800명의 고객에게 매월 가짜 재무보고서를 보내는 일에 공모자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의 부인이 사건 터지기 1주일 전 1,500만 달러를 현금화하여 구좌에서 빼낸 사실이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의 아들들이 아버지의 폰지사기를 신고한 것도 수수께끼다.

그는 혼자 다 뒤집어쓰면 부인과 아들, 동생들의 재산은 보호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법정이 메이도프에게 150년의 형을 선고 하더라도 그가 형을 다 받아들이면 그의 입을 강제로 열게 할 방법이 없다. 민주주의의 취약점이다.

메이도프는 유대인의 돈을 훔친 것이 아니라 유대인의 혼을 훔쳐갔다. 메이도프 때문에 금융가에서는 유대인 불신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피해당한 유대인들은 떠들지도 못하고 쉬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악한 사람인가. 남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도프는 사기한이 아니라 악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