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카지노를 끔직 하게 좋아하는 어느 가난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의 약점은 돈을 따면 얼른 일어나지 못하고 어제 잃은 것까지 회복하려 드는 미련한 자세였다. 라스베가스는 갬블러의 이같은 심리를 이용해 번창한 도시다. 그는 베가스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셈이다. 그러나 그는 돈을 잃으면서 마피아가 라스베가스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소설이‘대부(God Father)’다. 무명작가 마리오 푸조는 하루아침에 유명해지고 백만장자가 되어 카지노에서 잃은 돈을 다 회복했다.

돈을 잃는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그러나 한번 넘어졌을 때 자신이 왜 넘어졌는가를 깨닫지 못하면 세 번, 네 번 또 넘어지게 되어있다. 1950년대에‘블루베리 힐’이라는 노래를 불러 팝송계의 수퍼스타로 떠오른 팻츠 도미노라는 흑인가수가 있었다. 그는 라스베가스 공연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런데 도박으로 그 돈을 다 날렸다. 날린 것으로만 끝났으면 다행인데 카지노에서 돈까지 빌려 노름했기 때문에 빚을 갚느라 인질로 잡혀 5년 동안을 그 호텔에서 노래를 불러야하는 고통을 겪었다. 자신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실패를 자꾸 되풀이 했다는 점에서 푸조와 차이가 있다.

요즘 주식 값이 바닥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그때 팔아 치울 것을”하며 땅이 꺼져라하고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들은 자신의 주식이 최고로 올랐을 때를 자꾸 원금으로 생각한다. 마리오 푸조와 팻츠 도미노식 계산법이다.

라스베가스는 왜 번창할 수 있었는가. 낡은 것을 과감히 무너트리고 새 것을 건설하는 용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발전하기 위해 서슴없이 어제를 파괴했다. 둔스, 샌즈, 데저트 인등 라스베가스의 전설적인 건물들을 다 폭파 시키고 바로 그 자리에 미라지, 벨라지오, 베네치아, 만달레이 베이, 윈과 같은 어마어마한 카지노 호텔을 새로 지은 것이다.

모나코의 그랜드 카지노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들어가 보면 화려함에 있어 라스베가스와는 비교도 안된다. 영화와는 딴판으로 너무 규모가 작아 초라한 느낌마저 든다. 모나코는 관광객이 과거의 몇 십배로 늘었는데도 개르니에가 설계한 이 건물을 전통 때문에 허물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모든 유명한 카지노가 낡아빠진 건물 속에 자리 잡고 있어 볼품이 없고 발전이 없다.

라스베가스는 전혀 다르다. 과감히 허물고 새로 짓는다. 갈 때마다 새로운 도시의 모습으로 태어나 있다. 미라지, 벨라지오, 윈 등을 지은 카지노 황제 스티브 윈이 최근 불경기 속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앙코르’라는 카지노를 또 열었다. 그는 ‘파격적인 저렴한 가격’으로 ‘파격적인 서비스’를 손님에게 해야 이 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밑지는 것을 자꾸 생각해 질을 떨어트리면 기업이 쓰러진다는 것이다.

이번 경제대란을 계기로 스티브 윈은 뉴 라스베가스 건설을 꿈꾸고 있다. 베가스는 도박도시가 아니라 관광도시로의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박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라스베가스에 올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위기를 통해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담대한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고통을 삭인 조개는 진주를 만들어 내고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조개는 썩어버리는 것으로 종말을 맞기 마련이다. 미련없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 아픔을 삭이면 새로운 창조가 잉태 된다는 것, 발전을 위해서는 어제를 미련없이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 라스베가스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