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두냐’-. 20여 년 전 일본 바둑계에서 유행하던 조크였다. 행마가 어설프다. 그런 수가 나오면 던지던 비아냥거림이었다.
당시 일본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바둑 종주국이었다. 그 일본과 한국의 프로기사들이 대국을 벌이면 한국은 거의 연전연패였다. 그래서 나온 뼈아픈 농담이었다.
그 무렵 바둑 올림픽이 생겼다. 중국인 재벌이 후원해 생긴 국제기전인 응창기배다. 한국 바둑은 이 대회에서도 푸대접을 받았다. 일본, 중국에는 많은 시드가 배정됐지만 한국에 돌아온 엔트리는 고작 하나. 일본 유학파 출신 조훈현만 대회 초청을 받은 것.
필마단기로 출전한 조훈현은 우승을 했다. 이후 한국 바둑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다. 그리고 한국 바둑은 이 응창기배를 내리 4연패하면서 세계바둑의 최정상에 선다.
한국 바둑의 세계화 성공. 그 수훈갑은 아무래도 조훈현이다. 그리고 그 토양을 제공한 것은 일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수련을 한 조훈현이 귀국해 정상을 차지했다. 당연히 타도 조훈현을 목표로 한국 프로기사들은 기량을 갈고 닦았다. 그 결과 한국 바둑의 수준은 크게 향상돼 한국시대를 연 것이다.
한국 야구가 일본에 수모를 당했다. 2-14라는 처참한 스코어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그 한국 야구가 이틀 만에 일본을 이겨 수모를 설욕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틀 전 그처럼 대패한 팀이 9회까지 1-0승부를 펼치다니.
하여튼 금석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 야구 역시 바둑과 마찬가지로 20여 년 전에는 일본과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러면 한국 야구를 월드클래스로 발전시켰나. 많은 지적이 나올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 가장 주된 이유는 일본 때문이 아닐까.
체력에서는 뒤질 것이 없다. 그러니 그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일본 야구를 배웠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일본전에서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 왔다. 말하자면 일본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한국 야구를 이처럼 크게 발전시켰다는 생각이다.
일본 야구와 한국 야구의 위상을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하나. ‘SONY’와 ‘SAMSUNG’으로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전자업계의 톱 브랜드는 ‘SONY’다. 그러나 그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SAMSUNG’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추월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비슷한 일이 야구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불과 이틀 전의 대패에도 결코 기죽지 않고 힘에는 힘, 당당함을 과시하며 역전극을 연출했다. 그 한국의 젊은 선수들에게서 뭔가 가능성이 엿보여 하는 말이다.
한국 야구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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