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벌어 오는 남자가 요즘처럼 멋있어 보이는 때가 없다. 돈이란 빈부의 차이가 극심한 시대일수록 빛을 발하는 법이다. 모든 사람이 다 부자라면 돈의 의미가 있을까. 돈이 빛이 나는 계절이기 때문에 돈 벌어오는 남자도 빛이 나는 것이다.
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돈이 돌아야 시장이 움직이는 법인데 돈이 돌지 않으니 모든 분야가 마비 상태다. 잘되는 세탁소를 내놓은 사람에게 “가게가 팔렸느냐”고 물으니까 “계약단계에 들어가면 자꾸만 깨져 이제는 지쳤다”고 말한다. 은행에서 돈을 꿔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게 보러 온 사람들이 오너 캐리를 해달라고 사정 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구를 믿어 오너 캐리(새 주인이 월부 형식으로 갚는 방법)를 해주겠느냐는 것이다.
은행은 은행대로 변명이 있다. “지금 은행들이 문을 닫느냐 마느냐로 고민 중인데 크레딧이 애매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돈을 융자해 주겠는가. 욕먹더라도 돈 꿔주지 않고 버티는 은행장이 요즘은 유능한 은행장이다”라고 솔직히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은행장이 어제까지는 무능의 표본이었지만 지금은 유능의 표본이다. 은행이 이같은 자세로 나오니 부동산 시장도 꽝꽝 얼어붙을 수밖에.
LA의 옷 도매상 거리인 다운타운의 자바시장은 코리언들이 꽉 잡고 있다. 그러나 여기도 경기가 엉망이다. 체크가 하도 부도가 나 지방에서 주문이 와도 은행발행의 캐시어스체크가 아니면 물건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물건 떼이고 속상해 하느니 차라리 팔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모두를 못 믿고 있으니 자금시장에 동맥경화증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는 신용이라는 나무에서만 꽃 피우기 마련인데 앞이 내다보이지 않으니 불신이 팽배 할 수밖에 없다.
여객기가 난기류에 말려들어 요동칠 때의 불안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지난 해 가을 워싱턴DC를 다녀오는데 비행기가 태풍을 만나 록키산맥 근처에서 30분 동안이나 심하게 흔들렸다. 내 앞에 앉아있던 미국 중년여성은 “오, 마이 갓(Oh, My God)!”을 쉴새 없이 되풀이 하면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비행기 흔들리는 것보다 이 여인의 비명에 가까운 “오, 마이 갓!”이 나를 불안에 몰아넣었다.
그때 기장이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보통 때보다 심하게 흔들리기는 하지만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15분후면 이 상황을 벗어날 것이며 그다음부터는 도착지까지 편안한 여행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그러자 앞자리 여성도 더 이상“오, 마이 갓!”을 되풀이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닌가. 기장의 자신감이 기내의 팽팽한 긴장 분위기를 녹인 것이다.
신뢰의 창출이 지금의 경제공황을 푸는 열쇠다. 난기류에 휘말려 불안에 떠는 승객들을 안심시킨 여객기의 기장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비전을 내놓고 자신있게 국민을 설득한다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오, 마이 갓!”의 불안한 비명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사회에 신경질적인 패닉현상이 일어나면 정말 큰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이 말 잘하는 대통령 오바마를 만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대통령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말 실력도 중요하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카터, 부시 시니어, 클린턴, 부시(W) 등4명의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대되어 오바마와 담소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때 공통된 칭찬이 오바마는 말을 잘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 시대에 설득력을 가진 말 잘하는 대통령을 가진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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