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 방문은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우선 남편인 빌 클린턴이 놀랐을 것이다. 빌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 시 중국을 방문해 인권 향상을 강조하며 “당신들은 역사의 흐름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해 중국정부를 언짢게 했었다.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은 앞으로 중국의 인권문제가 미중 양국 외교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중국방문에서 말해 남편인 빌 클린턴의 발언을 뛰어 넘었다. 미국이 인권을 강조해서 실질적으로 얻은 게 무엇이 있느냐는 그의 태도는 수행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독재국가 버마에 대한 금수조치도 재고할 뜻을 비쳤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모욕적인 자세로 남한을 위협하는 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시원시원하게 언급 했으며 북한이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다소 혼란을 겪 을 것이라는 예상 외의 코멘트까지 내놓았다. 깜짝 쇼의 연속이었다.
놀란 것은 한국인들뿐만이 아니다. 힐러리 자신도 한국인들에게 놀랐음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는 이대 강연에서 “서울거리에서 사람들이 나를 환영하는 신문사진을 보고 놀랐으며 무척 흥분 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럼스펠드와 게이츠 국방장관이 서울에 왔을 때는 일부 좌파세력이 호텔까지 몰려가 방한 반대 데모를 벌였었다. 당시 럼스펠드의 분노에 찬 일그러진 얼굴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한미 간의 대화는 대화 부족이 아니라 대화 자세가 문제다. 부시의 외교는 “길게 이야기 할 것 없이 내편이냐 아니냐만 밝히라”는 강요적 자세였기 때문에 우방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것이 사실이다. 카터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는 박정희 대통령이 지나치게 한국 안보를 강조하는 바람에 카터가 자신을 안보 무식자로 다루는 것에 분노의 표정을 지었었다고 당시의 국무장관 밴스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힌 적이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이번 한국과 일본 방문은 미국이 앞으로는 우방국들에 군림하지 않겠다는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우방국에 동반자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오바마 외교라는 것을 힐러리는 여러 면에서 암시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힐러리의 오바마 러닝메이트 설이 등장 했을 때 카터는“두 사람의 조합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힐러리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그가 오바마의 훌륭한 참모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힐러리의 발언은 얼핏 보아 자신의 소신 표현 같지만 자세히 분석해보면 오바마 대통령과 사전에 의견교환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뱀은 껍질을 벗지 않으면 죽는다. 미국의 외교도 이제 껍질을 벗지 않으면 죽는 단계에 와있다. 부시 외교는 강압적이었으며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행동은 비민주적인 위선 투성이였다. 우방에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 미국에 대한 세계의 불신이 미국 외교를 망쳐 놓았다.
오바마 외교는 솔직함에서부터 출발해야 우방국의 신임을 회복할 수 있고 그 솔직한 자세를 이번에 클린턴 국무장관이 잘 보여 주었다. 라이스는 너무‘예스 맨’적이고 학자풍이었으며 파월은 너무 군인 냄새가 났었다.
이에 비해 힐러리는 능란한 정치인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그는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을 지냈고 대통령 선거 예선에까지 입후보한 쟁쟁한 인물이다. 수퍼스타 국무장관이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오바마와 함께 2명의 수퍼스타를 가진 미국 외교는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많은 화제를 뿌릴 것이며 케네디 이래 미국 외교의 전성시대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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