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LA에서 끔찍한 가족 집단자살 사건이 있었다. 남편과 부인이 한 직장을 다니다 동시에 해고되자 남편이 부인과 두 살짜리를 포함한 어린자녀 5명을 사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삶에서 가장 큰 충격은 여자의 경우 이혼이고 남자의 경우 실직이다”라는 독일 속담이 있다.
미국 가정구조의 취약점은 살림살이가 부부의 맞벌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점이 한국가정과 다르다. 미국도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여성들은 집에서 살림만 하고 남성들이 혼자 가계를 책임 졌었다. 그러다가 전쟁이 일어나 남자들이 모두 전쟁터로 나가 노동력이 모자라자 여성들의 직장취업 붐이 일어나 사회구조 대변혁의 계기가 된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 부부가 동시에 실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두 사람이 벌어 와야 살림이 유지되도록 구조가 짜여 져 있는데 남편과 부인이 동시에 직장을 잃는다면 하늘이 노랗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직장을 잃고 집을 차압당한 남성들이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장면이 TV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것에 놀라게 된다.
현재의 미국경제 상태를 표현하는 공식용어는 ‘불경기(recession)’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불경기인가. 불경기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경제가 심각하다. 그렇다고 아무도 ‘공황(depression)’이라는 단어는 감히 사용하지 못한다. 미디어마저 이 단어는 피한다.
지난 한달 동안 미국에서 59만8천명이 실직했다. 실직자가 총1,16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절반은 지난 3개월 사이 발생했다. 급속도로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을 ‘불경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엊저녁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상태”라고 말했을 정도다.
레이건은 불경기와 공황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명언을 남겼다. “이웃이 직장을 잃으면 불경기이고 내가 직장을 잃으면 공황이다??라고 말해 직장을 잃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체감경제의 기준임을 실감케 했다.
일반적으로 불경기라 함은 실업률 12% 이하로 경기침체가 1년 이상 계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공황은 실업률 12% 이상으로 은행운영 위기와 맞물려 일어나는 상태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5%를 넘는 높은 실업률이 6년 이상 계속 되면서 은행과 일반기업들이 대량 도산하는 최악의 불황을 의미한다. 1929년의 대공황은 8년간 계속 되었으며 한 해 동안 3000개의 은행이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미국의 현 실업률은 7.6% 선에 머물고 있지만 12%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실업률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12%를 넘으면 불경기 마지노선을 넘어 공황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공황단계로 진입하면 그때는 경제회복이 쉽지 않으며 오바마도 재선을 꿈꾸기 어렵게 된다.
원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정부가 경제에 적극 관여하는 것이 터부로 되어있다. 그러나 사기업이 영양실조가 걸려 움직이지 못할 정도일 때에는 정부가 링거 주사를 들고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기업의 힘으로는 급전직하하는 불황 사이클을 컨트롤 할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경제는 불경기가 아니다. 공황 일보직전의 유사 공황이다. 병이 깊어지면 병명은 알아내기 쉽지만 치료하기 힘든 법이다. 시간이 키를 쥐고 있다. 시간을 놓치면 공황에 들어서게 되고 그렇게 되면 치유가 몇 년 걸리게 된다. 어느 정도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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