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미국으로 돌아가려니 갑자기 승욱이가 더 보고싶어진다. 사실 승욱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고 일정을 더 늘려서 한국에 머물게 된 것이다. 비행기안에서도 승욱이를 만날 생각에 마음도 구름 위에 두둥실이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지만 짐을 풀자마자 다시 짐을 싸야할 판이다. 뉴저지 ‘밀알의 밤’에 승욱이와 함께 가기로 몇 달 전부터 예약이 되어있다. 이틀동안 준비해서 승욱이를 학교에서 찾아서 바로 공항으로 이동을 해야한다. 한국에서 오자마자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강행군이다. 뉴저지가 많이 춥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일단 승욱이의 겨울옷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대충 한국에서 온 짐들을 정리해 놓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운전을 하면서도 머릿속엔 만가지 생각들로 가득 찼다. 이틀동안 해야할 일들이 시간상 빠듯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뭔가 번쩍번쩍한 것이 따라 붙는다.
‘드디어 걸렸구나, 올 것이 왔어.’
교통경찰에게 붙잡혔다. 갓길에 주차를 하고 난 순진 무구한 얼굴로“제가 뭘 잘못했죠?”“속도위반”“여기 45마일 지역인데 저 45마일로 달렸어요” “뭐? 여기 35마일 지역이야” “표지판이 어디 있죠? 어머머. 여기가 35마일 지역이네.”온순한 양같이 순순히 티켓을 끊기고 돌아서며 우씨, 미국 오자마자 티켓 끊겼네.
교통티켓을 하나 받고 상한마음으로 승욱이 겨울점퍼를 하나 사 가지고 나오는데 차에 시동을 켜는 순간 ‘끼익끼익~’“어라? 이건 또 뭐야?” 자동차에 배터리가 죽었다. 아, 정말 오늘 왜 이러냐. 시동을 켜 보려고 열쇠를 돌리면 돌릴수록 아예 소리도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너무 오랫만에 돌아왔나 보다. 운전 미숙, 게다가 차량점검 미비까지.
겨우 아는 분의 도움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싸는데 한국에서 잘 들고 온 짐 가방이 문제를 일으킨다. 지퍼가 움직이질 않는다. ‘아, 미치겠다’ 마음은 분주하고 시간이 없으니 자꾸 문제만 발생이다. 일단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짐을 싸기로 하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마음의 평안을 갖고 몸을 최대한 미국시간에 시차적응 하려고 무작정 잠을 청했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지난 9년간 35마일 지역을 45마일로 달렸으니 만약 티켓을 끊겼으면 몇 천장도 더 끊겼을 것이다. 신호위반도 하루에 얼마나 많이 하게되는가. 차는 너무 오랫동안 세워둬서 배터리가 나간 것이고, 짐 가방은 너무 낡아서 새로 살 때가 되서 그런 것이다.
미국에 돌아오자마자 좌충우돌 적응하기 힘이 든다. 불과 한 달하고도 보름 한국을 다녀왔을 뿐인데 왜이리 오자마자 일들이 많은지. 승욱이는 만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궁금하시죠? 다음주에 꼭 전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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