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물러난 직후 나는 그와 단독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때 눈 딱 감고 “퍼스트 레이디였던 당신의 부인이 백악관에서 알콜 중독자가 됐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포드의 대답이 상상외였다.
“베티(부인)가 지금도 알콜 중독 치료를 받고 있어요. 원래 알콜을 즐기는 스타일이었는데 백악관 생활에서 파티가 많아 칵테일을 마시는 기회가 많았죠. 게다가 나의 재출마를 둘러싸고 스트레스가 쌓여 하루도 안마시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된 겁니다”
솔직한 그의 답변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포드는 부인의 중독 치료과정에서 느끼는 바 있어 그 후 팜 스프링스에 알콜, 마약중독 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베티 포드 호스피탈’을 세웠다.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의 가장 측근이다. 따라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처럼 대통령의 고민은 곧 퍼스트레이디의 고민이다. 닉슨이 물러난 뒤 계속 매스컴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자 부인 팻 닉슨이 그 쇼크를 견디지 못해 신경마비로 쓰러진 적이 있다.
고민으로 말하면 힐러리 클린턴이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금메달 후보다. 취임 전에는 남편과 제니퍼 플라워즈의 염문에 시달린 데다 재임 중에는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져 퍼스트레이디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변호사법 위반혐의와 관련해(화이트워터 케이스) 미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레이디가 검찰에 소환된 불명예스런 기록을 갖고 있다.
반면 힐러리는 퍼스트레이디 출신을 무기로 역사상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 되었고, 대통령후보에 입후보 했으며, 처음으로 국무장관이 된 영광을 누렸다. ‘역사상 처음’의 기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음지와 양지를 수없이 왔다 갔다 한 강철 심장의 여인이다.
로라 부시는 힐러리와는 전혀 반대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을 지지하는 아담의 갈비뼈와 같은 존재였다. 부시의 텍사스 주지사 출마 때 온 집안 식구가 반대했으나 로라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출마 하세요”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라 부시는 남편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를 격려 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부시 대통령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후임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고민은 좀 다르다. 남편인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고 자신도 역사상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다. 미국 흑인의 명예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자체가 하나의 짐이며 고민이다.
무엇보다 남편의 신변안전이 걱정이다. 미셸은 선거기간 동안 친구들에게 “내가 가장 신경 쓰여지는 것은 버락(오바마)의 시큐리티다”라고 솔직히 털어 놓은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으며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가족들에게 발표했을 때 제일먼저 등장한 가족들의 우려가 당선가능성이 아니라 신변안전 문제였다고 한다. 대통령의 안전뿐만이 아니다. 광적인 타인종 혐오자들의 위협 때문에 흑인인 퍼스트레이디 자신의 안전도 문제다.
힐러리는 클린턴의 여자관계, 로라는 부시의 인기하락, 미셸은 오바마의 신변안전 등 대통령마다 퍼스트레이디의 고민도 다르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미국에 새로운 인종혐오 현상을 불러올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신변에 대해서도 사상 유례없는 경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을 주장하는 오바마 시대의 역설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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