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연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로구나” -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서 제일먼저 느낀 소감이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유학생이 한국여성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다면 피부가 검은 그의 아들이 아무리 하버드를 나왔다 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일본도 마찬가지고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다.
“나,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으로 시작된 44대 대통령 취임선서 장면은 미국역사에서 잊혀질 수 없는 감격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될 수 없는 순수한 아프리카 부족의 이름이다. 소설 ‘뿌리’에 나오는 주인공 킨타 쿤테를 연상케 한다. 더구나 ‘후세인’이라는 미들네임은 미국인들이 오랫동안 증오해오던 이라크 독재자의 이름이다.
그의 당선 자체가 “Yes, We Can”의 시범이며 마이너리티에게는 100권의 교과서보다 나은 산 교훈이다. 언젠가는 코리안아메리칸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꿈을 갖게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취임연설에서 “60년 전에는 식당에서조차 거절당했던 사람의 아들이 오늘 이 자리에”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취임식 자체가 감격의 드라마였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수십년 동안 지켜봤지만 이번처럼 열기가 뜨거운 적이 없었다. 더구나 젊은이와 어린이들이 그렇게 많이 참석한 예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준 것은 근세 정치사에 없는 큰 업적이다. 47세인 그는 젊은이들의 우상이며 록 스타를 능가하는 인기를 지니고 있다. 그의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이 갑자기 젊어진 느낌이다.
그가 백악관 주인으로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보여주어야 할 것은 “오바마가 리더이구나”하는 국민적 인정이다.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국민이 대통령을 믿는 법이고 그 신뢰에서부터 경제회복의 첫걸음도 시작된다. 리더십의 필수조건은 리더의 비전이다. 미국은 지난 몇 년간 빛이 없는 암울한 동굴 속에서 헤매왔다.
다음은 결단력이다. 백악관 집무 첫날 이라크 주둔 미군철수 문제부터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자세로는 아랍에 민주주의는커녕 미국에 대한 증오심만 심을 것이다. 무력은 상대방을 굴복 시킬 수는 있어도 변화 시키지는 못한다. 미국은 테러의 위협에 직면해 왔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그 위협이 과장되고 악용된 것도 사실이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어느 흑인노인의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미국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신이 훌륭한 인물을 보내 줍니다. 남북전쟁 때는 링컨을,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때는 루즈벨트를, 그리고 전쟁과 경제고통을 동시에 겪고 있는 이 난국에는 오바마를 보내 주신 겁니다”
골프게임에서 드라이버 샷만 멋있게 날린다고 이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정치에서도 선거승리와 대통령직 수행은 다르다. 지금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퍼딩 실력을 보여 주어야 할 때다.
오바마 대통령의 심벌은 ‘희망’이다. 개인 회사도 그렇지만 나라 살림도 희망이 보이면 현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참을 수 있는 법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이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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