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은 감동 넘치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연방의사당 앞을 끝없이 메운 200만 인파가 쏟아내는 환호와 박수소리, 그에 담긴 축하 열기로 영하의 매서운 날씨가 오히려 훈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취임식장을 찾은 200만 외에도 전국, 그리고 전 세계에서 TV로 시청한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염원이 취임식장을 뜨겁게 달구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의사당 정면에 앉아 가까이서 취임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감회는 남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선서의 마지막 부분을 선서할 때는 특히 가슴이 뭉클했다.
한달반 전인 지난달 9일 어바인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나 역시 같은 문장으로 선서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취임식에 참석한 많은 하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었다. “코리안 아메리칸인 내게도 이런 행운이 올 수가 있구나. 이민자인 내가 백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취임선서를 하게 되었구나”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하고 인종을 초월한 수많은 인파가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미국은 ‘희망의 나라’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은 그 자체가 변화이고 희망이다. 새로운 미국을 갈망하는 전 국민의 열망이 모여서 오늘의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취임식장에 우뚝 선 모습만으로도 미국역사에 깊이 뿌리 박혀있던 인종차별의 아픔이 화해와 화합의 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면서 그가 몰고 온 변화와 희망의 바람이 경제적 침체로 가라앉은 전국의 분위기를 쇄신해주기를 기원했다. 그러기 위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적 요구를 정확히 감지해 국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좋은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쉽은 국민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힘을 모아야 난국을 타개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자주 강조했다. 나 역시 아주 동감하는 바이다. 커뮤니티는 건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사람들로 이뤄진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이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 다인종의 합중국인 미국에서는 특히 국민들의 지지 없이 정치적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경청하는 대통령, 여론을 수렴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은 유명한 케네디 대통령의 말처럼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현명한 국민이 될 때 미국은 침체를 벗어나 힘찬 새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은 정치적으로 모든 인종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을 보며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꿈을 키우고 한인사회 역시 정치적으로 보다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모인 전국의 한인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주 한미민주당협회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의 민주당 연합회를 형성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1.5세, 2세들이 주축이 되어 전국적 연대를 만든다면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인사회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할 수 있다’의 산 증인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이 기폭제가 되어서 한인사회도 희망의 지평선을 넓혀 정치적으로 더욱 힘을 기르고 사회 경제적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강석희
어바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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