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사회에서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뉴스 중 하나가 교회분쟁 소식이다.
교회 크기나 교단에 관계없이 불거져 나오는 이 ‘싸움’은 이민의 광야길을 힘겹게 헤쳐 나가는 한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스트레스를 안기고 “역시 교회가 그렇지 뭐” 하는 탄식을 낳는다. 언론도 교회 내분을 가급적 보도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지만 사태가 너무 심각할 때는 씁쓸한 마음으로 기사를 내보낸다.
그렇지 않은 공동체도 많지만 일부 때문에 교회가 사회의 청량제가 되지 못하고 걱정거리로 전락한다. 최근 한 대형교회의 공동의회 폭력사태를 취재했던 교인이 아닌 본보 사진기자는 현장에서 누군가에 의해 머리를 맞고 가슴을 밀려 넘어졌다. 다음날 보니 오른쪽 종아리가 땡땡하게 부어 있더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험한 꼴을 당한 것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슬쩍 한 마디 한다. “선배, 그나저나 저는 양쪽이 잘 타협해 싸움을 그쳤으면 좋겠어요.” 크리스천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말이다. 아무리 교회는 ‘치유를 기다리는 중환자들의 모임’이라지만, 누가 누구를 걱정해 주는 것인지….
오죽하면 한국에서 우스갯소리까지 생겼을까. 실화인지도 모른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지하철에서 두 승객간에 싸움이 붙었다. 주변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싸움을 계속 해댔다. 참다못한 한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놈들아! 여기가 교횐 줄 알아? 싸우려면 교회로 가서 싸워!”
지난 여름 남가주에서 집회를 인도했던 한국 높은뜻 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는 교회의 일그러진 자화상과 관련해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했다. “교회가 성장하다보니 오만해졌다. 스스로 배불렀다. 배가 고프면 한 사람이라도 놓칠까봐,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예수 안 믿을까봐 민감해진다. 내가 아무리 옳더라도 마구잡이로 행동하면 저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한인 개신교계에 희망은 있다. 주변을 돌아보려는 교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그것이다. 이들은 이기적인 자아와 피 흘려 싸우며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교인들의 삶이야말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읽는 ‘유일한 성경’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애나하임의 대형 교회는 21만달러에 가까운 추수감사절 헌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전액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교회는 정기적으로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개최, 목회자·평신도들에게 다양한 사역을 공개하고 ‘부흥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다.
다운타운의 대형교회는 작은 교회 목사들에게 재충전을 선사하고자 수양회를 매년 연다. 한인 단체에 거액의 지원금을 희사하고 커뮤니티와 유대를 강화하려고 노력한다. 목회자들이 평신도들의 애환을 체휼하기 위해, 잔디를 깎거나 마켓에서 식료품을 봉지에 넣는 체험도 한다.
사우스베이의 한 교회는 5년째 중소형 교회 목회자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관광도 포함된 이 행사는 교회를 온몸으로 섬기느라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다 모처럼 휴식을 하게 된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렌지의 한 개척개회는 지난 추수감사절에 시각장애인 사역단체를 초청, 공동 찬양제를 갖고 섬김이들에게 따스한 디너를 대접했다.
가난한 히스패닉들과 함께 하기 위해 15년간 전 교인이 매년 12월25일 멕시코를 찾아 성탄예배를 갖고 사랑을 나누는 세리토스의 교회도 있다.
이들 교회들은 많은 한인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해 준다. 물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들은 더 많을 것이다.
2009년 새해가 밝았다. 기축년에는 시간 뿐 아니라 교회들과 크리스천들의 마음조차 새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인애와 공의, 정직이 강물처럼 흐르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올 한 해 한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한다. 한인교회가 이들에게 밝은 등불이 되어 주기 바란다.
제발!
김장섭
종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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