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로 기억된다. 뉴욕타임스가 대특집을 마련했다. 미국에 과연 소련 전문가가 있는가 하는 것이 특집이 제기한 질문이었다.
동서냉전과 관련해 대전략가로 불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름이 화려하다. 경력이 요란하다. 그런데 단 한 명도 베를린 장벽 붕괴를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서방의 패배를 우려하는 소리만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베를린 장벽이 돌연히 무너져 내렸다. 그 상황에서 뉴욕타임스는 일종의 자성의 화두를 던졌던 것이다.
‘펀딧(pundit)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었나’-. 2008년이 저물어 가면서 새삼 던져지는 질문 같다. 대변화의 해였다. 그러나 그 변화를 예측한 전문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존 에드워즈와 버락 오바마를 따돌리고 힐러리 클린턴은 선두를 유지해 갈 것이다. 힐러리의 최대 위협은 알 고어가 될 것 같다. 어쨌거나 오버마는 힐러리를 이기지 못한다.”
위클리 스탠다드의 윌리엄 크리스톨이 대선 레이스와 관련해 일찍이 내린 전망이다. 크리스톨만이 아니다. ‘펀딧’으로 불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이었다.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뉴욕시장 마이클 불룸버그가 대선 레이스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 경우 대선 판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가 지난 1월에 내린 전망이다. 이 역시 결과는 꽝이다. 블룸버그는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지도 않았으니까.
경제문제에 대한 전망은 더 가관이다. 그 중 하나가 골드만삭스가 5월에 내놓은 원유가 전망이다. 배럴당 200달러가 넘는 것을 시간문제로 보았다. 그러나 원유가는 얼마 못가 급락했다.
“일부 은행들이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대형 국제은행들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의 총재란 사람이 2008년 2월28일에 한 말이다.
상황은 예측과 정반대 방향으로 번졌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워싱턴 뮤추얼이, 시티그룹이 두 손을 들었다. 정치도 정치지만 경제 전문가란 사람들의 전망이 이처럼 번번이 빗나가면서 세계는 경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무엇을 말하나. 인간의 예언 능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를 새삼 말해주고 있다. 2008년은 그래서 이렇게도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한계를 깨닫게 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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