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웃으며 들어와요?”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이 설명하기 어려운 미소를 가득 지으며 상담실로 들어오기에 내가 물었다. 그는 피식 웃더니“한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며 긴 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집을 다 날렸다고 했다.
투자로 구입했던 집 6채를 몇주 사이에 다 포기하고 비즈니스도 작게 정리해야 하는 힘든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놀라서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웃으면서 들어와요?”하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이러했다.
“집을 포기하면서 더 귀한 것들을 많이 얻었거든요. 아내하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사이가 좋아지고 애들하고도 좋아졌어요. 처음엔 재산 잃은 게 섭섭했지만 금방 정리가 되더니 지금은 마음도 홀가분해요. 그거 없어도 다 살 수 있었는데, 욕심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는 가정을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다며 혼자 와서 오래 상담을 받아왔던 분이었다.
“어떻게 하죠?”하며 내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는“정말 괜찮습니다. 마음속에 만족감이 있고 부부 사이가 아주 좋아졌어요. 집이 여러 채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하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말로 삶의 방법을 터득했구나.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을 행복의 한 도구로 여기며 돈의 가치를 사람과의 관계 밑에 놓고 사는 삶의 단계에 들어갔구나 생각하며 내 마음이 정말로 기뻤다. 돈이 사람에게 만족과 행복을 가져오는 첫 번째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실제로 터득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두세 달 전의 일이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경험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본인의 얘기를 신문에 내도되는지 묻고 싶어(상담의 원칙) 며칠 전 전화를 걸었다.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여전히 만족스럽게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뭐가 그렇게 인생을 다르게 살게 하는 것 같아요?”하고 물었더니 “아마도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가족들을 가깝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해야지요. 돈 버는 것은 지금 안 되면 언젠간 또 다시 될 수 있는 것 아녜요? 하루를 잘 지내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전화를 끊는 내 마음이 또 다시 뿌듯했다. 그분이 집 여섯 채를 포기하고 비즈니스를 줄이면서도 전보다 더 행복해 진 이유들을 정리해 보았다. 다음과 같은 정신적, 심리적 변화와 관계적 역동의 변화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즉 사업이 어렵고 힘들 때 그는 첫째, 술로 풀지 않고 아내와 작은 것부터 의논하면서 서로 위로하면서 하나씩 결정하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둘째, 그는 할 수 없는 것은 빨리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들에 삶의 에너지를 쏟았다. 셋째, 인생은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던 돈이 없어지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잃은 재산에 대해 집착하고 슬퍼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넷째, 재산 관리에 빼앗겼던 시간과 에너지를 가족과의 관계를 향상하는 일에 쏟으며 살고 있다. 아울러 그는 돈이 많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부부 사이가 다정할 때 진짜 인생의 만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인생은 가정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고 가정이 깨지면 모든 것이 깨진다는 진리를 터득해 가정을 행복하게 유지하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쏟으며 살고 있다.
이 얼마나 귀중한 선물인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식구들에게 줄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가정을 회복하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고 본인이 관계 속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우고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멋진 삶의 지혜이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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