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버나드 메이도프 폰지 사기사건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삼성증권은 17일 내놓은 증시보고서에서 메이도프의 다단계 금융사기극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고래에 비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래는 당면한 문제에 연루돼 발생하는 돌발사건을 뜻하며, 위기의 확산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다에 폭탄을 터뜨려 물고기를 잡는 다이너마이트 피싱(dynamite fishing)의 경우 폭파 직후 잡고자 하는 생선이 떠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닷속 깊이 있던 고래까지 수면에 출현하는데 이는 폭탄의 위력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는 것.
글로벌 금융위기 역사에서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러시아가 유탄을 맞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했고, 이 때문에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던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IT 버블 붕괴가 2001년 금융시장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미국 엔론과 월드컴의 기업회계부정 사건이 터진 것도 유사한 사례다.
그러나 메이도프 사기사건이 진짜 고래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명날 것으로 보이나 모기지 부실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사기행각이 더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래일 가능성이 큰 편이다.
아랫돌을 빼서 위를 막는 방식의 다단계금융의 특성상 추가 자금유입이 없으면 곧바로 문제가 터지는 만큼 서브프라임 부실 여파로 헤지펀드 자금이 대부분 빠져나가면서 메이도프의 펀드의 사기극이 불거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김 연구원의 추론이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신용이 중요한 금융시장의 특성상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 자칫 헤지펀드 전반에 대한 의심으로 확산할 수도 있으나 이번 파문은 커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그동안 미국의 반대로 도입하지 못했던 글로벌 헤지펀드 규제 방안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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