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어렵게 살아온 탓인지 우리 민족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 인정이 많다. 거기에 나눔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잘 배합되어서인지 한인사회의 나눔 문화는 교회와 교인들을 위주로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에도 한 한인교회는 산불 피해자들에게 큰 액수의 기금을 전달했다. 타운 내 다른 대형 교회도 매년 큰 액수를 커뮤니티에 환원하고, 고국과 중국, 멕시코 등 지구촌 곳곳에서 큰 재해가 일어날 때 마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나눔 문화가 계속 활성화되기를 바라면서 한 가지 희망사항이 있다. 이웃을 돕되 교회 가까운 곳에 있는 이웃을 돕는 데도, 아니 그들을 먼저 돕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구제하는데도 원칙과 방법이 있어야 할 텐 데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성경 구절을 한 원칙으로 든다면, 바로 옆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은데 굳이 먼 곳에 있는 ‘이웃’을 돕는데 몰두하는 것은 좀 석연치가 않다.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다 보니 도움을 요청하는 많은 분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도 꽤 많다. 이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각자 속사정을 교회에 말 안 해서 그렇지 교회 안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인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 어느 교회가 해외 선교를 위해 큰 액수를 보낸 사실을 접하거나, 중국이나 멕시코 등 다른 나라에 큰 재해가 일어났을 때 교회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큰 기금을 모아 보내는 기사를 접하게 되면 마음이 반반으로 갈린다.
바로 눈앞에 있는 교인들과 타운 내의 어려운 이민자들을 먼저 도우면서 틈틈이 다른 나라 사람들,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도왔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교회 안과 타운 만 둘러보아도 어린 학생들, 노인들, 유학생들, 갓 이민 온 한인들, 생활고에 시달리는 싱글 맘들 등 크고 작은 도움이 있어야 정상적인 생활 궤도에 들어 설 수 있는 이웃들이 참 많지 않은가.
자녀의 탈선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만나보면 십중팔구 교인들이다. 또 교인이 몇 백명인 교회의 연로한 교인이 영어 편지를 읽어 줄 사람이 없어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구제사역의 내실성을 생각하게 된다. 청소년 탈선, 도박과 마약 문제, 가정불화, 노인들의 외로움 등이 사회적 이슈로 매일 대두되고 있는 데, 건물 건축, 학교 건축 등의 명목으로 많은 물질과 인력이 밖으로 마구 유출되는 사실을 접하면 답답함을 느낀다. 마치 비가 새고 다 쓰러져 가는 집에 병들고 배고픈 식구들을 방치해 놓고는 남의 집 고쳐주는데 정신을 파는 모습이 연상된다.
교회와 타운 내에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을 구제의 우선적 대상으로 삼고 난후 해외 선교를 외쳐야 하지 않을까. 교회는 지역 선교를 먼저 실천하고, 그 후에 해외로 움직인다면 더 현실성 있는 구제 사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이곳저곳 사랑의 노크를 하러 다닐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 가기 전에 타운을 먼저 둘러보기를 바라며, 양로원도 찾아가되, 교회에 있는 노인들을 먼저 공경할 계획을 갖기를 바란다. 교회의 노인들을 공경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공경하면 좋겠다.
가족과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을 돌보고, 그 과정에서 터득한 기술과 솟아나 넘치는 사랑으로 멀리 있는 이웃도 섬김으로써 눈과 피부로 보고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결실을 맺는 성숙한 구제 사역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박창형
한인타운 연장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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