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한국 들러달라, 좋은 친구로 만나게 돼 감사
한미일 정상회의 별도 개최...3국 정상회담 정례화 합의
(리마=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 제16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리마에서 만나 양국간 현안을 논의했다.
APEC 정상회의 개막 직전 부시 대통령 숙소인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차례로 개최해 별도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
한미일 정상회담은 약 10분간, 한미 정상회담은 15분간 각각 열렸으며 부시 대통령은 두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4번째 한미정상회담 =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4번째로,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3차 정상회담 이후 3개월 보름여 만에 열린 것이다.
퇴임을 앞둔 부시 대통령과의 짧은 석별 정상회담이었지만 두 정상이 7개월 만에 4번이나 만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그간의 한미관계 진전을 평가하면서 한미동맹의 지속적 발전방향과 함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양국간 공조방안, 북핵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 검증의정서 타결과 핵 불능화 과정의 마무리를 위해 내달 초 6자회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간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미FTA 조기비준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FTA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국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두 정상의 합의는 원론적이지만 한미FTA의 전략적, 경제적 이익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의 미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 한국 대학생 미국 연수프로그램(WEST) 시행, 한국의 미국산 무기 및 군사장비구매(FMS) 지위 격상 등 그간 양국이 이룩한 성과를 평가하고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동맹 재조정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
양 정상은 개인적 친밀감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교회 주차 봉사활동을 거론하면서 어제도 내가 백악관에서 어린이들을 만났는데 `공직자의 자세가 뭐냐’고 묻길래 `겸손하고 대의명분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대단한 일도 아닌데 기억해 줘서 고맙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회담 말미에 이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좋은 친구로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화답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미일 3국 공조 다짐 =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이날 북핵문제와 금융위기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해 공조를 취하기로 했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선 내달 초 재개키로 사실상 합의했다.
이 대변인은 한미일 3국 정상은 중단된 북한 핵검증 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이 북핵 6자회담 개최에 합의함에 따라 북핵 검증대상 및 방법을 둘러싼 북미간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일방적인’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는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6자회담 재개 문제는 부시 정부 임기내 성과를 내야 하는 미국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한국과 일본이 동조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중국과도 어느 정도 조율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이 있긴 하지만 잘 타결될 것으로 본다면서 관계국들과 어느 정도 공감이 이뤄졌으며, 북한을 설득하는 문제는 중국이 물밑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정상은 이와함께 3국간 협력의 틀과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되고 있음을 평가하고 6자회담과 APEC 등 다자 국제무대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 APEC 이후 2년 만으로, 3국 정상은 매년 열리는 APEC 기간에 3국 정상회담을 정례적으로 갖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3국 정상회담에서도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쉽지 않은 모임이었는데 성과를 이뤄낸 것은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라고 치하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한 대목에서 그게 바로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That’s why I love you)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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