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요즘 부쩍 자주 울려대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일 때가 많아졌다. 연락이 뜸하던 한국내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지난 한 주 동안 받은 전화만 벌써 세 통.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물었지만 나중에는 씁쓸한 마음뿐이다. 결국은 하나 같이 조만간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있으니 이왕 가는 길에 잠시(?) 한씨 집에 머물러도 될지를 타진하기 위한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김모씨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한국에 사는 절친한 대학 동창이 초등학생 아들을 겨울방학 어학연수를 보낼테니 한 달만 맡아 달라고 부탁해 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는 여름방학에 한국서 오는 친지, 친구들 접대로 바빴는데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부탁을 해 올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스프링필드에 사는 이모 씨는 최근 남편과 대판 다퉜다. 한국 시동생이 내달 겨울방학에 가족여행으로 놀러오는데 2주간 머물기를 요청, 이씨가 너무 길다고 말하자 남편이 섭섭해 하며 말다툼을 벌이게 된 것.
17일부터 시작된 무비자 시대로 한국서 오는 손님 치다꺼리에 부담을 느끼는 한인들이 많아졌다.
불황에 생활비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초대하지 않은 손님’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집에 묵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래저래 식사대접에 친척 어른에게 드릴 선물 준비, 용돈까지 챙기려면 빠듯한 살림에 한국서 오는 손님맞이가 반갑지만은 않은 것.
앞의 한씨는 “한인 경제가 나아진다는 차원에서야 당연히 무비자 입국을 환영할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바쁘게 생활하는 한인들이 한국에서 온 친척이나 지인들의 수발을 들어야 할 입장이라 걱정부터 앞선다”고 난색을 표했다. 나름대로 잘 챙겨준다고 애 써봤자 나중에는 서운했다는 뒷말이 나오기 일쑤고 냉정하게 자르자니 야박하다는 핀잔이나 들을 것이 뻔하다는 것을 이미 수차례 경험으로 터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센터빌의 박모씨는“여유 돈으로 미국을 관광하는 한국인들이 고환율에 여행비 아낀다는 핑계로 바쁘게 사는 이곳 한인들에게 지나치게 기대려는 인상은 솔직히 달갑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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