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내정했다는 뉴스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라. 오바마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 중에 최선에 속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팀웍은 밖으로부터 미 국에 대한 그동안의 어두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힐러리가 외교적으로 유능한가의 문제는 그다음이다. 세상이 밝아지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2명의 수퍼스타가 등장한 미국정계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거기에다 힐러리가 주최하는 만찬모임에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그 연회장이 어떤 분위기일까. 상상만 해도 흥미 있는 장면이다. 빌 클린턴이 국무장관인 부인을 수행하지는 않겠지만 만찬모임에는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페일린을 따라다니던 남편 토드 페일린의 어울리지 않는 모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미국에서는 일찍이 에이브라함 링컨대통령이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몸으로 실현해 보여준 정치인이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자신과 당 경선에서 피나게 싸운 상원의원 시워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사실 시워드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뻔 했으나 그의 지나친 독설 때문에 인심을 잃어 온건파인 링컨이 후보로 선택된 것이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전격적으로 취한 인사는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이었다. 그는 경쟁자였던 시워드를 국무장관으로 앉힌데 이어 자신을 가장 비난해왔던 스탠튼을 국방장관에 임명해 정계를 놀라게 했다. 이밖에 상대당 인 민주당인사도 과감히 등용했다.
링컨은 왜 ‘적과의 동침’ 인사를 마다하지 않았는가. 남과 북이 대립하여 전쟁 일보직전까지 간 마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화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호사 출신인 링컨은 전쟁과 외교에 약했기 때문에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할 유능한 인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다.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기간 동안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링컨이라는 사실을 여러번 언급 했었다. 그는 링컨을 정신적인 멘토로 삼고 적과의 동침만이 국민화합을 유도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국방장관은 공화당계가 차지해도 관계없다는 표정이다.
국무장관이 너무 튀면 흑인 대통령이 빛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직 수행에서는 정치 9단이 정치 1단 열 명을 거느리는 것보다 정치 1단이 정치 9단 열명을 거느리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효과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구해야 될 부분이다.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을 선택할 줄 아는 그릇이야말로 큰 인물이다.
국무장관이 설쳐대도 대통령이 빛나는 경우도 있다. 키신저가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과의 외교를 개선해 닉슨을 역사적인 인물로 만들었으며 막강한 파워를 휘둘렀던 덜레스 국무장관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반공의 상징인물로 등장 시켰다. 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부시대통령에게 너무 ‘예스’만 남발하는 인상이다.
항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정치경험이 부족한 오바마가 선택한 나침반은 링컨인 것 같다. ‘에이브라함 오바마’의 새로운 탄생이다.
이 철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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