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일이 일어날 겁니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10월27일 뉴저지 리지필드 시의회 회의 도중 기자에게 한 한인이 던진 말이다.
리지필드 가든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건물주의 전기 공사비 부과와 관련해 취재하는 중이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밌는 일’이 진행됐다.
그 한인은 “한인들이 시의회가 무엇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도록 회의와 정책과 관련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청했고 시의원들은 “그간 회의에서 발언자를 본적이 없으며 한인들도 참석을 거의 안한 걸로 아는데 무관심하다가 이제 와서 이런 요구를 하느냐”며 받아쳤다. 그러면서 “시 예산이 거의 없으니 자원봉사를 나선다면 대환영”이라고 덧붙였다.
한인 인구수와 세금을 통한 이들의 타운 내 공헌도 등 건의에 앞서 논리적인 설득을 위한 신빙성 있는 자료는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신경질적이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의원들은 “참여를 원한다면 영어를 배우라”는,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의원들은 지루한 공방으로 꽤 흥분이 돼 있던 상황이었지만 이것이 부적절함을 정당화시켜 줄 수는 없었다.
결국 회의 3일 뒤 안소니 수와레즈 시장이 나서서 한인사회에 “시의원들이 한인 비하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표명했다. 시장과 한인 발언자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톰 블랙리와 로버트 에버리 공화당 소속 전 시의원은 낙선했다. 두 민주당 시의원을 만들기 위해 ‘재밌는 일’이 벌어졌는지, 벌어져서 만들었는지, 아니면 두 일이 관련이 없는지는 모를 일이다.
요즘 주변에서 별로 재미있지 않은 일을 목격하게 된다. 여기자에 대해 몸매가 어떻다 머리모양이 어떻다 왈가왈부하는 한인 단체 관계자가 있는가 하면 남자 기자와는 달리 여기자에게만 ‘미스’라는 호칭을 붙이는 인사도 있다.
어디 이뿐 이겠는가. 여하튼 “듣는 사람이 인종적으로 차별 당한다는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면 그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한 한인 시의원의 말은 비단 인종간의 문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사회 속에서 소수인종으로서 느끼는 부당함과 차별이 남성위주 사회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모른다면 앞으로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최희은
뉴욕지사 취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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