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혁명 당시 ‘타도해야 할 사상가’로 한때 배척됐던 ‘공자’가 미국에서 뜨고 있다. 무엇으로? 바로 ‘영원한 큰 스승’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로 말이다. 뉴욕주는 9월 공자 탄신일을 ‘뉴욕주 스승의 날’로 제정해 기념행사를 펼쳐 온지 벌써 수년이 흘렀다. 공자 탄신 2559주년을 맞은 지난 9월28일에도 중국계인 엘렌 영 뉴욕주 하원의원 등이 뉴욕시 공립학교 교사들을 찾아 공로를 치하하고 우수교사를 시상하며 공자 이미지 띄우기에 힘을 보탰다.
중국 학계에서는 스승의 날을 공자 탄신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지 이미 여러 해가 됐다. 세계적 조직인 유네스코마저도 공자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기리고 있을 정도다.
2000년대 들어 뉴욕주 정부나 뉴욕시 정부에 중국계 정치인이 진출하면서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중국의 역사가 지역사회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 사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교육계의 뿌리까지 휘어잡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한인들의 위치가 못내 서러워진다.
일 년이면 유대인 명절만 헤아려도 여러 날이라 유대인의 저력에 짓눌리는 것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음력설마저 미국인들 사이에서 ‘아시아의 설’ 풍습이 아닌 ‘중국의 설’로 강하게 인식되어가는 마당에 이제는 스승의 날마저 중국인들이 독식하려는 분위기를 우리는 과연 용인해야 할까.
‘김치’와 ‘된장’을 ‘기무치’와 ‘미소’로 둔갑시킨 일본과 독도마저 줄다리기로 씨름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한국의 역사를 날조했던 중국인들이 이곳 미국에서까지 나대는(?) 모양새를 우리는 그대로 좌시하고만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스승의 달과 스승의 날은 매년 5월로 지켜져 왔는데 중국인들이 정치력을 앞세워 9월 공자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각인시키려 달려든다면 큰 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 공자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밀어붙이려는 미 중국사회의 움직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는 언제 또다시 무엇을 주변국에 빼앗기고 빈 손가락만 빨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선이 바로 코앞인데도 뉴욕에서는 올해도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으로 한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정계 진출의 팡파레를 울려줄 인물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더욱 아쉬워질 뿐이다.
이정은
뉴욕지사 취재 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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