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개발‘와일드 차지’화제
전화, MP3 플레이어,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있는 작은 전자장치들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그것들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선 충전이라는 성가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마다 무겁고 보기 싫은 검정색 상자가 달린 서로 다른 충전기를 집안 곳곳의 전기 콘센트에 연결시켜 놓기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런 저런 귀찮은 일들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신제품이 ‘와일드차지’
다. 마우스 패드 만한 크기의 얇은 패드인데 표면이 12개의 반짝이는 크롬 줄로 덮여 있기 때문에 매일 퇴근하고 집에 와서 셀폰과 ‘아이파드’‘블랙베리’등을 그냥 그 위에 얹어만 놓으면 된다. 패드 위에 자석처럼 달라 붙어서 자동으로 충전되는 것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아이파드·블랙베리 등 그냥 얹어두면 자석처럼 달라붙어 자동 충전
가벼워 여행때도 편리… 기존 기기 뒷면에 접촉돌기 따로 구입 부착해야
다시 말해 얇은 깔개 한 장이 보기 싫고 복잡했던 온갖 충전기들을 대체해 준다는 것인데, 5개의 전자 기기를 한꺼번에 충전할 수 있으므로 이 패드를 꽂을 것을 제외하고 벽의 전기 콘센트 4개를 다른 일에 쓸 수 있다.
또 가벼워서 출장 여행에 가지고 다니기도 더 쉽다. ‘블랙베리’나 ‘레이저’ 전화기를 맨 처음 ‘와일드차지’ 위에 얹어만 놓았지 다른 아무 것에도 연결시키지 않았는데도 ‘배터리 충전중’이라는 메시지가 켜지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한 생각이 들 뿐이다.
책상, 카운터, 장롱 윗면에 놓을 무선 충전 표면이라는 꿈을 좇는 회사가 ‘와일드차지’ 하나만은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노력하고 있고, 하다가 망하고 있다.
그러나 ‘와일드차지’는 그런 제품을 제일 먼저 시장에 내놓았다. 그 비결은 남들과 다른 테크놀로지를 사용하고 있는 덕분이라고 회사측은 말한다. 경쟁사들은 급격히 변화하는 자장이 힘을 전달하는 무선 유도력이라 불리는 것을 사용한다. 전동 칫솔의 충전 원리와 같은 이 방법의 장점은 전기를 흐르게 하기 위해 눈에 보이도록 금속을 접촉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만 비효율과 간섭받기 쉬운 단점 때문에 제품이 되어 시장에 나오기가 힘이 들다.
‘와일드차지’는 전도력을 이용한다. 그러니까 전화기나 ‘아이파드’, 또는 다른 전자기기의 작은 금속 충전 터미널을 충전 패드 위의 금속 줄과 직접 접촉시킨다. 자장도 형성되지 않으므로 크레딧 카드나 하드 드라이브, 비디오테입에도 아무 위험이 없다. 전기 충격도 없다. 살이나 액체, 다른 금속 물체가 패드 위의 금속 줄에 접촉하면 전기가 즉각 끊길 뿐이다. 그 방해물질이 치워지면 당장 충전이 재개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도 나지 않으면서 마치 마법의 융단처럼 제 할 일을 하는 충전용 깔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충전 패드에서 전자 기기로 전기가 흐르기 위해서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와일드차지’에 사용가능한 전자기기는 어떤 것이건 간에 뒷면에 4개의 아주 작은 돌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패드 위에 놓으면 거기 접촉해서 필요한 전력을 끌어갈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배치된 금속성 못대가리를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렇게 만들어진 전자기기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기존 장치들의 뒷면에 접촉 돌기를 개당 35달러를 들여 따로 설치해야만 한다. ‘블랙베리 커브’와 ‘블랙베리 펄’의 경우 전화기 위에 씌우는 고무같은 실리콘 껍데기가 그 역할을 하면서 ‘블랙베리’ 자체를 보호하는 케이스도 된다. ‘블랙베리’ 스킨은 원래 이 전화기의 충전기를 연결시키던 잭도 가리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모토롤라 레이저’ 전화기의 경우는 더 날렵하다. 배터리 뚜껑으로 쓰이던 전화기의 뒷판을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스킨을 씌운 것처럼 전화기가 두꺼워지지 않는데 10여개의 레이저 모델 중 ‘와일드차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V3, V3c, V3e, V3m의 4가지 뿐이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와일드차지’를 사용할 수 있는 장치는 ‘블랙베리 펄’과 ‘블랙베리 커브’‘모토롤라 레이저’ 뿐이다.
제조사측은 올해 말까지 ‘아이파드’와 ‘아이폰’용 어댑터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그것 역시 실리콘 스킨의 형태를 취할 것 같다. ‘와일드차지’는 또한 모든 셀폰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도 개발하고 있다.
‘와일드차지’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테크놀로지를 보급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현재 ‘그리핀 인터내셔널’이 ‘와일드차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게임기 ‘위’와 ‘X박스’ 리모트의 뒷판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이상적이지 못하다. 실리콘 스킨을 씌우면 보호는 되지만 부피가 커지고 전자 장치의 멋진 외관을 가려 버린다. 뒷판을 바꾸는 것에도 단점은 있다. 무선 충전을 하려면 금속성 돌기가 튀어 나와야 하니 이 역시 멋진 외관을 희생시켜야 한다.
아울러 패드를 사용하면 오리지널 충전기를 쓰는 것보다 충전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회사측에 따르면 전기 콘센트에 꽂지 않고 컴퓨터의 USB 잭에 꽂는 것과 비슷한 차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밤 새워 그 위에 올려 놓는 버릇을 갖게 되면 별로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카드만한 것부터 식탁만한 것까지 크기 제한이 없이 제작할 수 있는 이 신기한 패드가 계속 발전, 앞으로는 전자기기의 모양을 바꾸지 않으면서 책상, 조리대, 커피샵 테이블, 호텔방 장롱 등에 설치돼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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