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추락하는 미국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연일 고강도의 `전례없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으나 증시가 반등은커녕 오히려 더욱더 심한 나락으로 치닫고 있다.
`전례없는’ 조치들이 워낙 많이 쏟아졌기 때문에 시장은 미국 금융당국의 새로운 발표들이 나올 때마다 전혀 놀라운 반응을 보이지 않아 감각이 마비된 듯 하다.
정부가 입안하고 의회가 진통끝에 통과시킨 구제금융법은 7천억달러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공적자금을 동원,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계획을 담고 있지만 법의 발효 이후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 금융시장은 더욱 혼란스런 양상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3월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가 유동성위기로 JP모건체이스에 넘어갈 때 IB에 대해서도 FRB의 대출창구를 개방했다.
이후에도 계속 신용경색 현상이 계속되자 FRB는 기업어음(CP)매입을 통해 기업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떠맡았다.
은행의 은행격인 미국 중앙은행이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정도에도 시장이 미동을 하지 않자 8일에는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공동보조를 맞춰 정책금리를 0.50%포인씩 인하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동시다발 금리인하 조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등 금융산업의 핵심 국가들이 모두 망라됐다는 점 뿐만 아니라 미국처럼 연 2%까지 떨어져 있는 저금리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더 낮췄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호재가 될 법도 했지만 뉴욕증시는 개장 초 잠시 반등 기미를 보였지만 끝내 하락세로 마감됐다.
9일에는 미 재무부가 시중은행에 직접 자본을 투입해 대출여력을 키울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백악관까지 나서 긍적적인 조치임을 확인해줬으나 다우지수가 무려 60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9,000선마저 무너졌다.
재무부가 은행에 자본을 직접 투입한다는 것은 그 대가로 주식지분을 취득, 사실상 해당 은행의 경영권을 정부가 장악해 국유화하는 초고강도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부나 FRB가 또 다른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고 있다.
재무부와 FRB 주변에서는 이제 남은 카드로는 추가 금리인하와 은행.기업 채권의 직매입, 모기지 시장의 직접 개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 가운데 채권의 직접매입 방안은 한 번도 사용해보지 사상 초유의 강력처방임에 틀림없지만 시장에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실제 동원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FRB나 재무부가 채권을 직접매입하는 것은 시장에서 전혀 거래되지 않는 채권을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인수, 기업이나 은행에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효과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채권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따른다.
추가금리 인하 역시 인플레이션 유발과 초저금리에 따른 폐단을 되풀이한다는 부담이 있으며, 설령 금리인하를 취하더라도 미국 혼자서가 아니라 주요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점 역시 숙제다.
학계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선후보측에서 정부가 모기지시장에 직접 개입해 대출조건을 변경하고 고정금리로 새로운 모기지 계약을 맺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이 천문학적인데다가 우량모기지와 부실모기지의 선별작업과 원칙마련이 방대한 작업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약발이 듣지 않는 `전례없는’ 조치를 쏟아내는 것보다 증시가 자율반등하기를 지켜보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shpar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