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350원까지 폭등한 가운데 7일(한국시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환율 1,340원을 기록하고 있는 환율기준표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거래에 열중하고 있다.<연합>
초단기간 급등한 환율은 시장을 조정할 수 있는 변수들을 모두 무력화시키면서 당국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도 큰 심리적 위험이 돼버렸다. 무역을 통한 거래 자금 및 실물 이동이 많은 미주 한인 기업인들은 물론 한국으로부터의 자금유입에 일정규모의 소비를 의존하고 있는 미주 한인 경제도 미국 내 경기침체에 더해 악재가 한 가지 더해진 셈이다.
유동성 우려 달러 사재기
원화기준 계약 수출업자
유학생 등 가장 큰 고통
한인타운 경기에도 주름살
◇펀더멘털이 아니라 불안심리가 지배하는 환율시장
도대체 잦아들 줄 모르는 불안심리는 이제 환율 1,500원선마저 경고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에서는 7일(한국시간) 하루에만 10년여 만에 최고, 3일새 141원이 오르는 환율에 딜러들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이날도 밤 사이 역외시장에서 무려 100원 넘게 오른 환율은 개장과함께 순식간에 1,350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매도개입 영향으로 한 풀 꺾인 뒤 횡보했다. 최근 며칠간 패턴을 보면 계속 치솟다 당국의 개입이 나오면 잠시 쉬어가는 양상일 뿐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공급은 없는 사재기가 가격 더욱 올려
환율이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에 공급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달러 유동성 우려가 극대화되면서 기업, 은행, 개인 할 것 없이 가진 달러는 쥐고, 나온 달러는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극단적인 달러보유 심리는 기업과 개인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일부만 원화로 환전하고 나머지는 달러로 예금해두고 있고 LG전자도 채권 매각 등을 통해 달러 보유액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한국내 일부 큰손들은 달러 매입을 통한 환테크에 본격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패닉 상황에서는 다음 지지선을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흘(거래일 기준)만에 150원 가까이 폭등하는 상황에선 ‘레벨’을 논하는 게 아예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미주 한인 기업중 한국으로 수출 주력 기업이 가장 큰 타격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원화로 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제 결제는 물품 인도 시점에 이뤄지는 한국쪽으로 수출제품이 많은 미주 한인 기업은 어쩔 수 없는 시간 격차로 인해 마진이 급감하거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미국 등 해외 도서를 온라인을 통해 한국에 판매하는 외국도서 전문서점 티메카(TMECCA)의 김태진 대표는 “원화로 계약을 하는데 주문시점부터 책 배송 후 결제를 받는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까지 걸리다 보니 그 사이 환율이 급등하면 그만큼이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가급적 매출금을 원화로 보유하려고 노력하지만, 미국쪽에서도 운영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20, 30%의 환차손을 보면서도 자금을 송금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으로부터 유입자금 줄어들면서 한인 경제에도 주름살
월단위로 한국으로부터 오는 송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유학생들과 조기 유학생 가족 등은 예상했던 연간 예산이 환율 폭등으로 어긋나면서 가장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인 유학생 최모씨는 “환율이 자꾸 뛰니까 송금을 최대한 늦추면서 버텨보고는 있지만, 당장 월생활비가 필요한 마당에 몇 개월전에 비해 달러당 몇백원의 손실을 보면서도 송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커먼웰스뱅크 최운화 행장은 “한국으로 여기서 수출을 하는 기업들이 가장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본다”면서 “자연히 한국에서 들어오는 소비추정 자금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이미 미국 경기 침체의 타격을 받고 있는 한인 경제에도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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