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마켓 위험에 커지는 자산 불안정성
경제위기속 노인들 두려움 확산
주식 의존 은퇴자들 직격탄
전문가들 “은퇴 기대치 낮춰야”
이번 금융시장의 요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으며 회복이 가장 어려운 계층 가운데 하나는 투자를 해 놓고 있는 고령의 미국인들이다. 점차 많은 회사들이 고정 연금제에서 401(k)로 은퇴 프로그램을 바꿔감에 따라 은퇴자들은 그들 재산과 수입의 상당부분을 하루 사이에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이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공포에 떠는 고령인구가 많다. 당신이 45세인데 마켓이 하락한다면 신경은 쓰이겠지만 다시 회복된다. 그러나 당신이 은퇴했거나 곧 은퇴 예정이라면 회복이 가능해 지기 전에 자산을 처분해야만 할지 모른다. 이들은 채권에 투자할만한 여력도 없다. 그들이 살아갈 세월을 지탱해 줄 만큼의 수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 칼리지의 은퇴연구소 앨리셔 먼넬 소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오늘날 은퇴자들은 2차 대전 이후 어느 세대보다도 저축구좌에 돈은 없고 수명은 길어졌으며 더욱 커진 마켓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 지난주 금융 위기 전에도 은퇴자 가운데 39%는 “수명을 다하기 전에 돈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9%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워싱턴에 소재한 도시연구소 수석 연구자인 리처드 잔슨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은퇴의 세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보장된 베니핏 플랜을 갖지 못함으로써 은퇴자들에게는 한층 더 위험한 세계가 되고 있다. 돈은 있지만 이를 지속시키는 문제를 놓고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금년 65세인 캐롤 에머슨은 자신이 더욱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연 수입 5만달러는 대부분 주식배당금에서 나온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배당금 또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배당금만 그대로라면 주식가치 하락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16%의 배당금을 계속 지급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캘리포니아 벤추라에 거주하는 에머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를 만드는 공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물이 새고 녹이 슨 모빌 홈의 베란다를 더 이상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전에 주식이 회복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프로젝트를 접을 생각이다.
미주리 세인트피터스에 거주하는 메리 오코널(76)부부는 연금도 없고 소셜시큐리티 액수는 미미하다. 이들은 월마트 등 4개 기업 주식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런데 주식의 대부분이 지난주 금융위기로 출렁였던 BOA 주식이다. 지난주에만 10% 하락하는 등 금년 들어 가격이 3분의1이나 줄었다. 오코널은 “가격이 너무 떨어져 현금화 하는 게 두렵다. 그렇게 했다 해도 알량한 자본이득이 세금으로 다 날아가 버렸을 것”이라며 한숨이다.
‘안전 투자’인 정기적금도 더 낮은 이자율로 바뀌어 안정적 수입이 이래저래 줄어들었다. 오코널은 주식가격을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다. 우울함만 더해 주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융시장의 요동은 노인층의 안정을 잠식한 충격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금년 79세의 로버트 와스코버에게 경제의 파장에 대해 물어보자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개스값 이었다. 플로리다 팜비치 가든스에서 파트타임으로 보험판매를 하는 와스코버는 개스와 식품가격 상승, 의료비 부담 증가, 비즈니스 수입 감소, 주택과 주식 포트폴리오 가치 하락 등 온갖 분야에서 조임을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비가 수입을 초과하기 시작했고 주식을 팔아 이를 충당했다. 그러다 주식가격이 하락하면서 매도는 곧 손실을 의미하게 됐다. “이제는 집을 담보로 브릿지 론이라도 얻어야 할 판”이라고 말한다.
일리노이 리버티빌의 콜레타 맥셰이(63)는 어떻게 은퇴생활을 꾸려가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켓리서치 회사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맥셰이는 은퇴에 필요한 자산 마련을 위해 근검 절약해 왔다. 이혼 후 받은 돈으로 주택을 현금 구입하고 401(k)에 들었으며 A.I.G.의 7년짜리 연 3만달러 연금 상품도 구입했다.
그런데 연금 상품은 연방보험공사에 의해 지급보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지난 달 A.I.G.가 휘청댈 때 맥셰이는 문의를 위해 이 회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이 텍사스에 있는데 허리케인으로 문을 열지도 않았다. 누구와도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벌금을 물고서라도 조기인출을 할 생각이다.
이것 말고도 다른 문제가 그녀를 욱죄어 오고 있다. 집 페이먼트는 끝냈지만 재산세가 10년 전 5,000달러에서 1만4,000달러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금으로 재산세를 감당해 왔다.
젊은 층도 현재의 마켓 상황에 따른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고 여겨 온 젊은 층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년층에게는 긍정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다. “은퇴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틴 베일리는 조언한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사진설명
▲플로리다의 로버트 와스코버는 경제적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토로한다.<뉴욕타임스>
▲주식가치 하락으로 수입이 크게 줄어 든 메리 오코널.<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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