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리먼브러더스(사진) 매각에 개입하면서 유력 인수자로 꼽혔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에서 요구한 구제금융을 거부한 것은 지난 3월 베어스턴스 매각, 최근 패니매·프레디맥 구제금융을 계기로 뉴욕 월가에 만연한 도덕적 불감증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실 은행을 인수하려는 기관 모두가 구제금융을 요구하면 미국인들의 세금이 마냥 투입돼야 하는 잘못을 더 이상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당분간 시장이 악화되더라도 고통을 이겨내며 금융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월스트릿 저널(WSJ)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최후통첩이 리먼의 파산신청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폴슨 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0명의 월가 최고 경영자들을 FRB 뉴욕 본부로 소집했다. 폴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구제금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을 전했다. 폴슨 총재의 발언은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초래한 위기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정부의 구제금융을 바라는 것은 모럴 해저드라는 일침이었다. 베어스턴스나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ㆍ프레디맥과는 다른 방식으로 리먼을 처리할 것이라는 엄포였던 셈이다.
특히 폴슨 장관은 리먼마저 베어스턴스처럼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줄 경우 좋지 못한 선례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로서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도 정부의 구제금융을 주장하는 상황에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했다. 리먼의 경우 베어스턴스와 달리 FRB의 긴급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던 만큼 더 이상의 특혜는 곤란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음날인 13일 토요일 오전 9시. 폴슨 장관 등 정부 측 관계자와 월가 CEO 간에 두 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은행이 FRB에서 돈을 빌려 리먼을 인수하는 방안과 바클레이스 은행과 BoA 등 적절한 인수후보를 찾는 방안 등 두 가지 해법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월가 CEO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리먼 인수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헤지펀드나 외국인 투자가도 월가 CEO와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바클레이스와 BoA가 리먼을 인수하는 방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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