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타임스 문화면에 크게 보도된 ‘2008 뉴욕 한국영화제’ 기사를 보면서 10년 전인 99년 봄에 열렸던 ‘한석규 영화제’가 생각났다. 당시 뉴욕대학에서 필름 프로듀서 과정을 공부했고 지금은 충무로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한 유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한석규 영화제’는 사실 영화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초라한 행사였지만 흔한 말로 ‘작지만 큰 의미가 있는’ 한국 영화 알림이의 효시였다.
당시 최고의 흥행 배우였던 한석규씨가 출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 ‘넘버 3’ 등 4편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뉴욕의 유학생 5~6명이 동분서주했고 기자도 그 멤버 중의 하나였다. 취지에 공감한 이스트 빌리지의 한 카페 업주가 상영 장소를 제공해 80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그 영화제의 유일한 홍보 매체는 컴퓨터에서 직접 프린트한 1장짜리 플라이어가 고작이었다.
각 대학 게시판에 플라이어를 붙이러 다녔던 기자는 이제 한국일보 문화면을 통해 어느덧 8회째를 맞는 뉴욕 한국영화제를 크게 다루게 되었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를 보게 됐다.
2000년 이후 한국 영화는 유학생의 열정이 아닌 산업적인 동력과 전문화된 마케팅에 의해 활발하게 뉴욕에 소개되는 한류의 첨병으로 발전했다. 마치 80~90년대 중국의 제 5세대 감독과 동구권 감독들처럼 몇몇 한국 감독들의 작품은 할리웃 영화의 대안으로 인정받으며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영화의 한 축으로 떠오른 한국 영화계의 최근 흥행작과 화제작을 망라한 14편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해도 관객의 입장에서 큰 행운이다.
다만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개봉)되는 장편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이 행사는 여전히 ‘영화제’와 ‘상영제’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한국에서 극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업영화나 독립장편영화, 최근 미국에서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한인 감독들의 작품이 뉴욕영화제에서 프리미어 될 수 있도록 영화제의 위상이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
박원영
뉴욕지사 취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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