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의 수영경기가 끝나니까 올림픽 TV중계 열기가 미국에서는 좀 시들해진 기분이다. 닐슨 미디어 리서치 발표에 의하면 펠프스가 8개의 금메달 기록을 세우느냐 못 세우느냐가 최고관심이던 지난 17일 밤 미 전국 주말TV 시청률이 18년 만에 최고였었다고 한다. 펠프스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 덕본 것은 NBC-TV다. 밑바닥을 돌던 NBC의 시청률이 크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올림픽 TV 시청률 자체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펠프스가 거머쥔 8개의 금메달 중 7개가 세계신기록이다. 정말 대단하다.

이 정도의 선수를 키워내려면 부모가 뼈 빠지게 고생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매주 토,일 이틀에 걸쳐 MEET으로 불리는 수영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새벽부터 부모가 차를 몰고 장거리를 달려가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자녀가 경기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수영선수 한명이 탄생하면 그 가정의 주말생활이 엉망이 된다. 더구나 실력이 늘어 내셔날 타임을 만들기 시작하면 여행을 자주 해야 하고 유명한 개인코치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펠프스의 어머니는 이른바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싱글맘’(single mom)이다. 미국의 NBC는 경기 때마다 응원하는 펠프스의 어머니를 비추는 바람에 아들 못지않게 어머니가 유명해졌다. 하루에 1만2천 칼로리(보통사람의 6배 양)를 먹는 아들을 뒷받침 하려면 식비도 굉장 했을 텐데 어떻게 여성이 혼자 벌어 뒷바라지를 했을까. 고생지수가 암산으로도 가능하다.

펠프스가 8개의 금메달을 땄을 때 축하전화를 건 부시대통령이 “자네 말이야, 어머니에게 빅 키스를 해주어야 돼”라고 말한 것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펠프스의 어머니 데비는 중학교 교사 출신이다. 펠프스가 7세 때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가정을 꾸려 왔으니 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펠프스의 아버지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번도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NBC와 신문에 “펠프스의 아버지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만 시원하게 대답해준 미디어가 없었다.

펠프스의 아버지 프레드 펠프스는 웨스트버지니아의 페어몬트대의 풋볼선수 였으며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는 졸업 후 하이웨이 경찰관이 되었는데 왜 부인과 헤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혼이 자녀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증오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왜냐하면 최근 펠프스가 유명해진 후 바르셀로나에서 세계수영 선수권대회가 열렸었는데 이때 아버지가 동행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오자 펠프스가 펄펄 뛰며 결사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펠프스의 누나는 어느 지방신문 인터뷰에서 부모들의 이혼 직전 집안에 고성이 그칠 날이 없어 지옥 같은 세월을 보냈었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펠프스의 고교졸업식에도 아버지가 참석하지 않았다니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간다. 펠프스는 아버지에게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연습했던 것 아닐까.

펠프스의 성공은 ‘싱글 맘’의 성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들과 아버지는 존경이 없으면 증오관계로 변할 수 있다는 이혼가정의 표본이기도 하다. 그가 목에 건 8개의 금메달은 어머니와 아들이 만들어 낸 눈물의 작품이다. 펠프스의 메달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경은 어떠했을까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