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이징 올림픽 경기 중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것이 미국과 중국의 농구 경기였다. 입추의 여지없이 1만8,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을 꽉 채운 것은 물론이고 이례적으로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까지 경기장에 나와 중국 팀을 응원했다. 더구나 부시대통령과 아버지 부시까지 현장에 출동(?)하는 바람에 양국 정상의 응원대결장 같은 분위기였다.
농구에서 중국 팀이 미국 팀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중국인들도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 경기에 온통 중국의 관심이 쏠렸던 것일까.
그것은 ‘야오밍 광풍’과 연결된다.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달 중국 농구팀 연습장을 찾아가 왼쪽 발목을 다친 야오밍에게 “다리가 좀 어떤가.
온 국민의 관심이 자네 다리에 쏠려있어”라고(인민일보 보도) 말했을 정도다. 중국에서 야오밍이 출전하는 티켓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달 전 샹하이 올림픽 농구 예선 때는 230달러나 하는 A석 표가 매진되었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수퍼 스타는 농구의 야오밍과 육상 장애물경기의 금메달리스트인 루시앙이다. 문제는 중국농구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5,6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야오밍 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기현상이다.
2미터22센티의 장신인 그는 NBA 휴스턴 로켓츠의 주전 멤버이며 미국에 진출한 중국 농구선수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포브스에 의하면 그가 2007년 한해 동안 코카콜라 등을 통해 벌어들인 광고수입은 자그마치 5,70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는 외국인이지만 지난해 미국 NBA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놀라운 일은 야오밍이 자신의 수입의 반을 중국의 체육기금으로 보내고 있는 점이다. 또한 쓰촨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제일 먼저 초등학교 건설기금으로 써달라고 200만달러를 선 듯 내놓아 성금물결을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정부는 그가 중국인의 단결을 유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쓰촨 지진의 영웅이다. 그래서 개막식 때 쓰촨 어린이와 함께 입장한 것이다.
미국 NBA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농구선수로는 이첸리엔, 왕즈즈가 있지만 중국인들에게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은 돼도 야오밍처럼 존경의 대상은 아니다. 야오밍은 무엇보다 겸손하며 미국의 자선활동에도 앞장서 미국 NBA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원래 중국은 농구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그러나 야오밍의 성공 때문에 광기에 가까운 농구 붐이 일어나 지금은 국민운동화 되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박세리의 성공으로 골프붐이 일어난 것이나 비슷한 현상이다.
경제호황으로 중국에는 수만명의 백만장자가 생겨났으며 이에 따른 빈부의 격차가 심해 중국공산당의 숙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버링허우’(80년 이후 탄생한 세대)인 야오밍이 “많이 벌어서 나누어 쓰자”는 사회주의적 몸가짐을 시범 보이고 있으니 중국정부로서는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그래서 그를 차세대의 심벌로 내세우고 있다.
야오밍의 철학은 간단하다. “나의 성공은 나의 뒤에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성공의 열매를 국민과 나누는 것은 당연하며 나는 조국이 부르면 언제나 달려 가겠다”는 애국적 자세다. 벌어서 나누어 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소리다. 야오밍은 중국에서만 가능한 중국식 영웅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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