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밀린 외상 빚을 갚지 않으면 가게를 뺏어버리겠다는데 사채를 안쓸 수 있습니까?”
맨해턴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K씨는 “은행들은 신용대출은 커녕 예전보다 담보도 까다롭게 요구해 돈 빌리기가 불가능했다”며 “매상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는 데 앞으로 남은 부채는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K씨처럼 은행 등 제도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채시장을 전전하는 한인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퀸즈에서 네일 가게를 운영하는 P씨는 돈이 급하게 필요해 월이자 30%인 고리대금을 썼다가 빚 독촉을 피해 모 처로 몸을 숨긴 상태다. P씨는 “은행 거래만 할 수 있었어도 이 같은 신세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채권자의 ‘빚 독촉’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신용경색으로 은행 돈줄이 막히면서 자금난을 겪는 한인 자영업자들이 고리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고금리 사채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상환능력이 안 돼 파탄 지경에 빠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빚 독촉을 피해 야반도주 도망자 신세가 되는 것은 물론 하루아침에 아예 빈털터리로 사업체를 넘겨야 하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이 낮거나 자산이 부족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제도권 금융 수혜를 받지 못하면서 은행 이자보다 10배 이상을 주며 사채를 쓰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대로 가다간 한인 자영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대부분이 소상인인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로 이미 수년 째 ‘매상 폭락’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자금융통마저 원활하지 못해 고리사채로 연명해야 한다면 앞서 본 사례처럼 언제 어떻게 무너질 지 모를 일이다. 소상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자금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김노열
뉴욕지사
취재 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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