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포드는 소형차 생산 위주로 전략을 바꿨다.
포드의 부활을 꿈꾸는 앨런 멀레일리 회장.
지난 20년간 수익내 온 트럭·SUV 위주 전략 포기
따로따로 놀던 부서간 벽 허물어 ‘하나의 포드’만들기
최근 개스 값이 갤런 당 4달러로 치솟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판매와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자 포드 자동차 회장인 앨런 멀레일리는 경영진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모두가 더 삭감하라고 야단이지만 그래가지고 이 회사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겠는가. 장기적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라고 포드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말했다는 것이다. 보잉에서 포드로 온지 채 2년이 안 된 그는 이미 회사를 잡혀 돈을 마련하고 3개 브랜드를 매각했으며 개스 값이 오르자 트럭 생산을 줄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왜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를 줄이기만 하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직원들에게 거듭 말한다.
24일 포드는 작은 차 생산을 늘리고 픽업트럭과 SUV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의 미래에 관한 중요한 결정이다. 멀레일리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 방향을 바꿈으로써 포드가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게 했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그가 디트로이트의 기존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큰 모험을 감수하는 기업인으로 보고 있다. 크고 이윤이 많이 남는 트럭과 SUV에 의존하는 것은 갈수록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낡은 방식처럼 보인다. 컨설팅 회사인 카세사 샤피로 그룹의 존 카세사는 “그는 미국 자동차 업계 변화의 상징”이라며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 취향의 빠른 변화는 그로 하여금 트럭과 SUV에 의존하던 포드의 경영 방식을 바꾸게 만들었다. 2006~2007년 동안 153억달러의 손실을 본 포드는 올 1·4분기 1억달러의 이익을 남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개스 값이 오르고 트럭 판매가 급감하자 멀레일리는 한 달 뒤 2009년 이익 예상치를 포기한 후 트럭 생산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관계자들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둔감한 포드가 이런 발표를 하기까지 최소 한 쿼터 더 기다릴 줄 알았다. 버냄 증권사의 데이빗 힐리는 “멀레일리는 35년간 포드에서 일해 온 다른 중역들보다 훨씬 적극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멀레일리는 지난 4월 이후 포드에 10억달러 이상 투자한 커크 커코리안의 신뢰를 얻고 있다. 커코리언은 과거 GM과 크라이슬러에 거액을 투자했다 경영진과의 불화 이후 모두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가 포드에 투자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멀레일리의 리더십과 전략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바로 밑 대리인인 제롬 요크가 멀레일리와 만난 후 포드에 대한 투자액을 늘렸다.
투자가들은 소형차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포드의 급진적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 사의 자동차 분석가인 레베카 린드랜드는 “이것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포드가 소비자가 원하는 스타일과 성능을 갖춘 차를 생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과거 포드가 미드 사이즈 자동차인 토러스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소형차인 포커스가 주력 차종이 될 전망이다. 포드의 자동차 비즈니스를 살리는 것은 멀레일리가 윌리엄 포드 주니어의 뒤를 이어 회장이 된 후 가장 역점을 둔 일이다. 2004년까지 만도 트럭은 미국 내 포드 판매의 ⅔를 차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형차 생산으로 포드가 이익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멀레일리는 이런 고정 관념에 도전했다. 올 한 타운홀 식 미팅에서 한 직원이 소형차를 만드는 것은 돈을 잃는 일이라고 말하자 그는 답답함을 표시했다. “왜 작은 차가 돈을 날리는 일인가. 도요타가 작은 차를 만들어 돈을 잃었는가”라고 그는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모든 경영진 회의에서 그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60%가 소형차임을 알리는 차트를 제시했다. 경영진이 포드의 미래는 트럭에 있다고 주장할 때마다 그는 이 차트를 꺼내 들었다.
“대형차의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쪽에 더 투자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한 모임에서 그는 말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미래를 보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라고 이야기한다. 포드는 소형차 생산 위주로 전환하면서 지난 20년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트럭과 SUV로부터 수십 억달러의 투자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다.
멀레일리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팔 수 있는 포드 자동차의 기본형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위 간부진도 세계 시장을 잘 아는 이들로 채워졌다. 포드 미국 시장 책임자인 마크 필즈는 포드의 일본 파트너였던 마즈다의 고위 간부였다. 또 포드 생산 책임자인 데릭 쿠작은 유럽 지역 자동차 책임자였으며 포드세계 판매 책임자인 제임스 팔리는 도요타에서 데려왔다.
멀레일리는 인적 구성뿐 아니라 그들이 일하는 방식도 바꿨다. 포드는 과거 고위 간부들이 서로 따로따로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멀레일리는 매주 목요일 중역 회의를 통해 다른 부서에 있는 이들이 함께 비즈니스 구상을 검토하고 토론하는 것을 권장했다. 그는 또 “하나의 포드, 하나의 팀, 하나의 계획, 하나의 목표”라는 구호를 통해 직원들이 부서간의 벽을 허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37년 간 보잉사에 몸담았던 그는 포드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델로 보잉을 제시한다. 90년대 초 보잉 777기 제작 팀 장이었던 그는 경기 불황으로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 기본 계획에 충실함으로써 이를 극복했음을 강조한다. “상황이 어렵다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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