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감원 스트레스에 일하다 짜증
교통체증과 더운 날씨가 겹쳐져 종종 발생하는 ‘길거리 분노’(road rage)가 악화되는 경제상황을 반영하듯이 일자리로 옮겨가 직장내에서도 분노를 폭발시키는 ‘책상 분노’(desk rage)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직장내에서 직원은 물론 고용주까지 기분이 언짢고, 모욕적인 말을 일삼고, 성질이 불같아지는 등의 현상이 물가인상, 직업 불안정, 부채 증가 등의 우려가 심화되면서 미국내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 산업조직 심리학 폴 스펙터 교수에 따르면 거의 절반의 미국인들이 직장 동료나 상관들로부터의 고함이나 언어폭력 등을 당했다고 답했으며, 이중 4분의 1은 눈물을 흘린 상황에까지 치달았다고 답했다. 특히 답변자 6분의 1은 직장내에서 발생한 분노로 물품이 손상됐으며, 10분의1은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통 집에서나 표출하던 무례함, 참을 수 없음, 분노 등을 부끄러움 없이 직장에서 표출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직장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대표적으로 치솟는 개솔린 가격은 이를 부채질한다. 장거리 출근길에 교통체증에 갇혀 있던 직장인들은 비싼 개솔린이 연소되면서 자신의 소득도 연소돼 버린다는 생각에 직장에 도착하면 이미 화가 나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생활 스트레스의 해독제로 작용하던 개인적인 오락에 대한 소비마저 줄이게 되면서 주말을 지내더라도 스트레스로 쌓인 ‘증기’를 빼내지 못하고 직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미국내 노동인구 1억명의 300만명에 달하는 2~3%의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동료들을 밀치거나 가볍게 치거나 때린 경험이 있으며, 88% 직장인들은 일터에서 겪는 무례함이 늘고 있다고 답했다.
스펙터 교수는 “직장내 분노가 증가하면 직원 상호간 지켜야할 도덕적 기준이 무너지고, 장기결석 사태 등이 늘어나며 회사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발생하는 극단적 폭력은 사전에 일정한 징후를 보여주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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