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에서 제일 부자인 워렌 버핏(재산 620억 달러, 포브스 통계)과 점심을 먹는 것이 211만100달러에 낙찰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홈리스 피플을 돕고 있는 글라이드 재단에 기부된다. 작년에는 이 점심이 65만 달러에 낙찰되었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려 3배나 오른 값에 홍콩 투자가인 자오단양이 오퍼를 내 성공했다.
버핏과의 점심이 입찰에 부쳐질 정도라는 것은 그가 그만큼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뜻이다. 누가 200만 달러를 내고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과 점심을 먹었다면 남들이 뭐라고 할까. 초대 받았다면 몰라도 돈 내고 재벌과 밥 먹었다면 웃음꺼리가 되지 않을까.
버핏이 존경할 만한 기업인인 것은 그가 어느 회사의 주를 사들이면 그 회사가 이를 최대의 영광으로 받아들여 자랑한다는 사실이다. 버핏은 운영이 정직하고 CEO가 성실한 회사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왜 존경 받을까.
우선 그는 겸손하고 검소하다. 58년 3만1,500달러에 산 오마하의 침실 3개짜리 집(현 시가 70만 달러)에서 지금도 살고 있고 운전기사나 경호원 없이 혼자 차를 몰고 다닌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의 연봉도 1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 빌게이츠 자선재단에 310억 달러를 기부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 “자식에게는 먹고 살만큼만 남겨주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돌려 주겠다”는 말을 버핏은 자주 해왔다. 그는 “무슨 자선사업을 할까 생각해 보았으나 결국 나보다 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전문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빌 게이츠재단에 희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버핏은 마이크로 소프트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사업상으로는 무관한 순수한 친구다. 게이츠는 자신의 남은 생애를 자선사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지난달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직을 내놓고 은퇴했다. 버핏 못지않은 대단한 용기다.
‘파워 런치’로 불리는 버핏과의 점심은 맨해탄 49가에 있는 ‘스미스 앤드 월렌스키’라는 레스토랑에서 열리는데 당첨자가 가족, 친구 등 7명까지 데려올 수 있고 어떤 질문도 가능하나 버핏에게 “당신은 요즘 어디에다 투자 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은 금기로 되어있다.
2007년도 당첨자들(65만 달러 지불)이 지난달 버핏과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가 얼마 전 CNBC-TV 인터뷰에서 소개되었는데 “기업인은 어떤 길을 가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버핏은 “형편없는 내용으로 인기 있는 기업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욕을 먹더라도 사업에 충실한 기업인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서 길이 갈라진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2008년 당첨자들과의 점심에서는 무엇이 화두로 떠오를까.
돈 있는 사람이 존경 받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것이 예술인과 부자와의 차이다. 사람들은 부자를 부러워는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돈을 모은 과정이 탐탁하지 않고 돈쓰는 모양새가 존경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부자들은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이 모욕감을 느낄 때가 많다.
돈 있는 사람치고 겸손한 사람 드물다. 존경받는 부자 워렌 버핏 - 이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살 맛이 난다. 돈 있으면서 존경 받는다는 것은 예술 중의 예술이다. 버핏은 투자가가 아니라 예술가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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