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건망증의 시대다. 80,90이 보통이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건망증이다. 날로 수명이 늘고 있는 고령화 시대를 빗대 나온 말이다.
건망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건망증과 관련된 일화가 하나 둘이 아니어서다. 어느 정도였나. 늘 살던 집조차 제대로 못 찾아가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슈베르트도 이 부문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신이 얼마 전 작곡한 곡이다. 그리고는 그 곡이 연주되는 것을 듣고 ‘누가 작곡했지, 참 좋네’라고 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천재들의 건망증은 어딘가 인간미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위안도 준다. 천재들조차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한국인들의 건망증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해서다. 쉽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쉽게 잊어버린다. 이슈가 돌출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흥분한다. 그 모양새라니, 마치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형세라고 할까.
1년 전 한국의 최대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신정아 사건이었다. 신문마다 신정아로 도배질 하다시피 했었다. 그 신정아는 그러나 까맣게 잊혀진지 오래다.
남대문 화재도 그렇다. “국민의 억장이 무너졌다.” 언론의 표현이다. 애도하는 물결이 끊임이 없었다. 남대문은 그러나 며칠 못 가 한국인들의 뇌리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대신 자리 잡은 게 촛불이다. 하여튼 이런 난리가 없다. 온 국민이 아직 들여오지도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죄다 광우병에 걸려 죽어가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 와중에 정작 중요한 일은 모두 잊혀졌다. 북한 핵 문제도 그렇다. 40억분의 1이라고 했나.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 말이다. 북한 핵 문제로 고통을 당할 확률은 이에 비하면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망각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직 켜드느니 촛불이다.
건망증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쾌한 일, 미음의 상처 등은 잊는 것이 최상의 약일 수도 있다. 이건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경우다. 한 사회가 심한 건망 증세를 보인다. 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어떤 형태의 집단 건망증을 보이느냐에 따라 국격도 달라진다.
“미국은 과거의 죄를 곧잘 잊는다. 러시아는 스스로가 약하다는 사실을 잊고 나댄다. 이슬람은 모든 것은 잊고 오직 과거의 상처만 기억할 뿐이고.” 건망증의 시대에 나라마다 보이고 있는 집단 건망 증세를 나열한 것이다.
한국은 그러면 어떤 유형의 건망 증세를 보이고 있을까. 결코 잊지 않아야할 중요한 것은 깡그리 잊고 눈앞의 작은 일에는 크게 흥분하는, 그런 증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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