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마침내 핵 신고서를 제출했다. 2002년 2차 핵 위기가 터진지 약6년만이다. 미국도 즉각 상응조치로 북한을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명한지 20년만이다. 이제 북한은 ‘악의 축’ 이미지를 벗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루어가면서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인정받는 결정적 계기를 갖게 됐다.
26일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전달한 핵 신고서에는 그동안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과 사용처, 핵관련 시설 목록 등이 담겨있다. 이번 제출로 북핵문제는 ‘동결’과 ‘불능화 및 신고’의 두 단계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3단계인 ‘폐기’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낙관은 아직 이르다. 이번 신고 대상에서 빠져있는 핵무기 현황은 제3단계의 이슈로 차치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당면과제는 신고 내용의 검증이다. 벌써 플루토늄 추출량이 미국의 추정량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검증이 그리 순탄하지 못할 것임이 곳곳에서 예고되고 있다.
검증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까지의 유예기간인 45일 동안 검증대상을 확정하고 철저한 검증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 ‘북한의 검증관련 활동들을 면밀히 평가할 것’임도 강조했다. 북한이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다면 테러지원국 해제를 번복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과 함께 미주한인들의 관심은 북미관계에 쏠리고 있다. 이번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상응조치로 해빙기에 들어선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급물살을 탈 것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미국의 정권이양기라는 시점 탓에 예상보다 느릴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지만 테러지원국 해제 후 양국이 곧바로 관계정상화 실무회의를 거쳐 연락사무소 내지 대표부 개설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반도 비핵화도, 북미관계도 이제 ‘훌륭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 성공여부는 미국의 대선 결과와 동북아 각국의 이해관계 등 여러 요소의 복합작용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자세다.
검증에 대한 북한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협조가 선행되지 않으면 오늘 우리가 갖는 기대는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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