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로 2008’ 준결승전은 대회개최 이래 가장 화제를 모으는 축구경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팀이 스페인을 꺾고 굴욕을 회복하느냐가 축구계의 화제인데다 터키가 독일을 이기느냐에 터키의 국가적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한일 경기처럼 유럽축구에도 앙숙이 있다. 터키 팀과 독일 팀은 앙숙 중의 앙숙이다. 왜냐하면 독일의 노동계층과 빈민층은 터키인들로 이루어져 있어 차별대우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이 같은 불만을 축구를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독일과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베를린의 터키인들이 가게 문까지 닫아가며 응원한다.
독일에 한을 품고 있는 팀은 터키만이 아니다. 폴란드도 독일과의 경기라면 이를 갈면서 자국 팀을 응원하고 러시아에서는 축구경기에서 독일을 이기면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축제를 벌인다. 만약 이번 ‘유로 2008’(유럽축구 선수권대회)의 결승전에서 히딩크의 러시아 팀이 독일 팀과 맞붙는 날엔 러시아 전체가 그날을 휴무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은 러시아와 터키다. 러시아가 우승후보로 꼽힌 네덜란드를 3-1로 누른 것은 유럽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히딩크의 마술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히딩크 자신이 “나의 일평생 이런 승리는 처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터키가 화제인 것은 체코에게 2-0으로 리드 당하다가 게임종료 15분 전에 연속 3골을 넣어 역전승 했고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는 1-0으로 패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경기종료 2초전에 골을 넣어 동점을 이룬 후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는 극적인 게임을 계속 펼쳤기 때문이다. 수상이 날아와 경기를 관전할 정도니 국민들의 축구 관심도를 짐작할 만하다.
‘유로 2008’기간 중 유럽에 며칠 머물렀는데 가는 곳마다 축구열기가 대단했다. TV에 히딩크의 얼굴이 계속 뜨면서 감탄하는 눈치인데 이탈리아어로 설명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히딩크 마술의 비결은 무엇인가.
동기부여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찾아내 그것을 극대화 시킬 줄 아는 사람이 바로 히딩크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모든 CEO들이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4-1로 참패당하고도 선수들을 격려해 우승후보인 네덜란드 팀을 꺾은 것은 그의 리더십이 탁월함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의 마술에도 한계는 있다. 지금까지 준결승까지는 팀을 끌어 올렸으나 우승은 하지 못했다. 러시아 팀이 이번에 우승한다면 그는 ‘히딩크 터부’를 깨는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축구의 기본은 기술이지만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기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축구에서는 체력과 스피드가 앞서는 선수가 이기게 되어있다”는 것이 히딩크의 지론이다. 그는 경기에 앞서 “네덜란드에 승리해 기꺼이 조국의 반역자가 되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었다.
히딩크는 정말 반역자인가. 히딩크 만한 애국자도 없다. 암스테르담 상공기관 조사에 의하면 네덜란드 무역수출에 가장 기여한 인물이 히딩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히딩크 때문에 네덜란드의 이미지가 좋아졌으며 이로 인해 네덜란드의 상품수출이 크게 힘입었다는 것이다. 히딩크는 축구를 통해 네덜란드를 세계에 가장 널리 알린 ‘네덜란드의 영웅’이다. 마술사가 아니라 축구가 무엇인가를 꿰뚫고 있는 노력가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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