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여성은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셰익스피어가 오늘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남성은 강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약하다”라는 말을 첨가했을 것이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치가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다. 시간적, 공간적, 정신적인 면에서 ‘아버지의 부재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간적으로 볼 때 미국 어린이의 28퍼센트가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고 있다(센서스국 통계). 이혼 했거나 별거 또는 혼외결혼, 양자, 정자 은행, 이라크 전사 등 여러 가지 이유다. 현대사회에서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기계다. 게다가 여성들의 직장 진출이 늘어 가장이라는 타이틀도 빛을 잃었다.
유대인의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토라 교육이다. 토라는 구약성서의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말한다. 이 율법을 읽히는 교육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유대인 가정에서는 아버지의 위치가 덜 흔들린다. 돈만 벌어오는 한국인 아버지들과는 근본적으로 좌표가 다르다.
그러나 유대인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발언권이 강하다. 결혼관계법이 이를 증명해 준다. 유대인 남자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했을 경우 그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법적으로 유대인이 아니다. 나중에 교회를 통해 유대인 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유대인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 했을 때 태어난 아이는 법적으로 유대인이다.
한국인의 경우 아버지의 위치는 거의 위기에 가깝다. 특히 이민사회의 경우 ‘아버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좌표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 영어 실력이 있어 아이들을 가르칠 수가 있나, 돈을 많이 벌기를 하나, 직장이 버젓하기를 하나, 시간이 있어 같이 놀아줄 수가 있나, 엄마보다 더 벌기를 하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취약점을 커버하려면 요즘 미국에서 말하는 ‘신세대 아버지(New Father)’가 되어야 한다. ‘신세대 아버지‘란 여성화된 아버지를 의미한다. 밤에 자다가 일어나 아기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집안 청소하고, 식사 후 부엌에 들어가 그릇 닦고, 쓰레기 내다 버리고, 학부형 회의에 참석할 줄 아는 아버지다. 그런데 한국남성들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소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권위를 중요시 하고 이것이 무너지면 참지를 못한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직장에 나가 돈도 벌고 남편 없이도 아이들을 키우는 등 가장 역할을 떠맡아 하는데 남성들은 부엌일 등 가사를 떠맡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불경기 속에서는 무능력자로 보이기 쉬워 콤플렉스까지 생긴다.
그러나 아버지란 있을 때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없어지면 돋보이는 존재다. 아버지의 가치는 아버지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미국인 가정의 28퍼센트가 아버지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을 읽으면 그가 아버지를 얼마나 동경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는 ‘신세대 아버지’ 역할을 못하더라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식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훌륭한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조기은퇴 바람이 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아버지 노릇하기 정말 힘든 시대다. 아버지들의 사기가 너무 떨어져 있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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