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체트병(Behcet’s disease)은 1937년 터키 피부과 의사(Hulusi Behcet)에 의해 처음 정의된 질환으로 실크로드를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및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높은 발생빈도를 보이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특이한 질환으로 알 수 없는 원인 때문에 몸 전체의 혈관에 혈관염(크고 작은 혈관들의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병의 경과는 만성적이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합니다. 특징적으로 반복적인 구강과 성기의 궤양, 눈의 염증(포도막염), 피부병변 등을 일으키고 또한 관절이나 모든 형태의 혈관, 폐, 중추신경계, 소화기 계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3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최소한 1년에 3회 이상 재발되는 구강의 궤양이 있으며 성기 궤양, 피부발진, 눈의 염증(포도막염, 또는 망막혈관염) 그리고 피부의 이상초과민 반응 중 2가지 이상이 존재하면 베체트병으로 진단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다른 증상이 다 나타나도 구강 궤양이 없으면 베체트병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구강궤양이 베체트병의 가장 흔한 증상이며 또한 가장 중요한 증상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베제트의 발병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대부분 면역기능 약화에 의한 자가 면역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몇몇 학자들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연쇄상 구균, 결핵균 등이 침습해 발병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입니다.
베체트병은 몸의 여러 부위와 장기에 영향을 미치므로, 병을 치료할 때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으며, 양방에서는 보통은 류마티스 내과 의사가 주축이 되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한대에 쓰여진 `금궤요략`이라는 고전에 안구, 구강, 성기, 항문에 발생하는 일련의 염증성 궤양을 호혹창(狐惑瘡)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치료한 기록한 이래 베체트병의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또한 구내염, 설염, 구강궤양을 대표 증상으로 보고, 구감, 구창, 구문창, 백반창 등으로 진단, 치료하였는데 기본적으로 베체트병과 구내염, 구강궤양의 발병 기전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습니다.
진음부족이나 풍습, 혈열, 혈어로 그 원인을 나눌 수 있는데, 체력이 약한 사람이 과로를 한다든지 무리하게 신경을 많이 쓸 경우 이러한 상태가 오래되면 허열이 상체로 올라가서 발병하는 경우도 있고, 몸에 화와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이 장기간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ㆍ과음을 하게 되면 열이 계속 달아오른 상태가 되어 발병하기도 하며, 습이 많고 피가 탁한 경우에 과로한 상태가 오래 되거나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과식하여 습열이 울체되어 발병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비기를 도와서 습기를 운행시키고 화열을 내려 습열을 제거하여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간의 기능을 개선하며, 약해진 비위기능을 개선하여 정기를 도와주고, 습열로 인해 손상된 진액을 보충하여 과잉된 면역 반응을 안정시키고 인체의 항상성을 회복하는 것이 베체트병 치료의 핵심입니다.
베체트병은 염증과 궤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난치병이지만 병증을 안정시키고 체질적인 불균형을 조절하며 부적절한 생활습관을 관리함으로써 병의 증상을 제거하여 고통을 없애고 재발율을 낮춰 심각한 합병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곤하면 잘 재발하므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약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침 치료는 상처 부위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 수>
213)487-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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