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미 대학가를 시작으로 이달부터는 각 지역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많은 우수 한인학생들이 수석·차석 또는 우등 졸업의 영광을 안고 학교와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당당히 교문을 나서고 있다.
특히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명문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졸업생들은 주위의 쏟아지는 칭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 마련이다.
반면 우리 주변에는 평범한 학생들이 더 많다. 눈에 띄게 명석하지도 않고, 남들보다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며 열심히 달려 온 수많은 학생들. 때로 미 주류사회에 널리 인식돼 있는 ‘아시안 학생 = 수재’ 라는 이미지 공식이 마냥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물론, 옆집 아이들보다 조금 더 잘나고, 조금 더 나은 성적으로, 조금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조금 더 번듯한 직장을 잡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부모들의 욕심이겠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오랜 기간 교육기자로 일해 오면서 자녀에게 쏟아지는 한인 학부모의 관심이 자녀의 성적과 비례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자녀들의 학교 특별활동이나 친한 친구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자녀의 학교 이름조차 모르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주로 어머니보다는 아버지들이 더 심하긴 하지만 맞벌이로 바쁜 이민생활을 핑계로 내세우기에는 낯간지러운 일이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부모들보다 똑똑한 자녀들이 자기 앞가림을 더 잘한다고 둘러대는 일도 자녀에 대한 믿음이 크다기보다는 방임이고 무책임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졸업시즌일수록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의 그림자에 가려진 평범한 학생들에게 다정한 손길로 어깨를 툭툭 쳐주면서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를 건네는 어른들의 배려가 필다.
평범한 학생들을 ‘빛나는 조연’으로 비유한다고 해서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들의 들러리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조연은 조연 나름대로 빛나는 역할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요즘은 주연보다 개성 있는 조연이 더 뜨고 잘 나가는 시대가 아니던가?
이정은
뉴욕지사
취재 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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