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는 고려 때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시대 정사다. 중국의 정사체인 기전체를 모방한 유교적 체제를 갖춘 한국 최초의 역사서로, 내용은 본기·지·표·열전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삼국사기 본기에 가장 많이 실린 기사는 정치관련 기사다. 그 다음으로 많은 기사가 천재지변과 관련된 내용이다. 930여회의 자연변이가 기록돼 있다. 혜성, 일식현상 등 천변과 가뭄·홍수·지진 등 지변을 상당히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이 천재지변의 기록은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 고천문학이 발달된 요즘 특히 천변과 관련된 기록은 상당히 정확한 것으로 입증돼 역사책으로서 삼국사기의 진가를 새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왜 그러면 삼국사기에는 천재지변이 이처럼 꼼꼼히 기록돼 있을까. 고대에는 권력자가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이 천재지변을 일으켜 위정자를 문책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믿음이 면면히 이어져 온 탓이 아니었을까.
그 믿음이 정치이론화 된 게 ‘재이설’(災異說)이다. 인간이 악한 행위를 하면 자연이 재앙이나 이변을 가져온다는 사상으로 중국 한나라 때 동중서에 의해 확립됐다.
나라에 실정이 있을 때, 하늘이 우선 재앙을 내림으로써 꾸짖는다. 그래도 개심하지 않으면 이(異)를 주어서 위협한다. 이것도 소용이 없으면 멸한다는 내용으로 전제군주의 횡포에 대한 제동을 거는 이론적 무기였다.
요즘 상식으로 보면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로 들린다. 이 재이설은 그런데 일종의 민간신앙으로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중국에서 그렇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퍼진다. 환경오염이 날로 심해진다. 거기다가 가뭄에 이상한파가 덮친다. 그리고 부쩍 잦아진 지진이다. 하늘의 뜻을 믿고 따른다는 중국인들 사이에 이 같은 최근의 잇단 천재지변과 관련해 ‘하늘이 노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중국인 사이에서는 ‘천멸중공’(天滅中共)이라는 이론으로 본토의 잇단 자연재해를 설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때문인지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당국은 먼저 정보 통제부터 해왔다. 자연재해를 국가 기밀로 묶어두었던 것. 그 금령이 최근에야 해제됐다. 그러나 실상은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중국 사천성에서 7.8도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됐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먼저 외국 기자는 물론 국내 기자들의 현장 접근부터 봉쇄했다. 그리고 동시에 취해진 게 정보 통제라는 LA타임스 보도다.
왜 정보 통제인가. 밑도 끝도 없이 번질 유언비어가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진짜 하늘이 두려워서인가. 하여튼 올림픽을 앞둔 중국 당국으로서는 악재도 보통 악재가 발생한 게 아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