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로 에스테이트 세일의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사재기를 목적으로 프로들이 날뛰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테이트 세일에 부쳐진 물건들. 사전준비를 하고 가라는 게 전문가들이 충고다.
불경기 맞아 모든 값 ‘뚝’… 바이어 마켓 형성
‘보물 찾아’ 프로들이 대거 진출 아마와 경쟁
예기치 않았던 횡재를 원한다. 그러면 에스테이트 세일을 찾아라. 50달러 주고 산 수채화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그림은 진품이었다. 5,000만달러를 호가한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에스테이트 세일을 통해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에스테이트 세일, 쉬운 말로하면 야드 세일이고 거라지 세일이다. 이 에스테이트 세일의 현장 분위기가 그런데 달라지고 있다. 본래 아마추어의 시장이었다. 요즘은 프로들이 대거 진출해 아마추어와 보물찾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에스테이트 세일이 열렸다 하면 누구 보다 먼저 현장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취미삼아 샤핑에 나서는 아마추어들이 아니다. 골동품상, 희귀본 책 수집가, EBay 사용자 등이 누구보다 일찍 나타난다. 이 프로들은 에스테이트 세일은 물론이고 스왑 미트, 플리 마켓, 경매소 등도 휘 집고 다닌다. 그들이 구하는 건 아마추어와 마찬가지다. 뭔가 톡톡히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싼 값에 구입하려고 찾아나서는 것이다.
이들이 아마추어와 다른 점은 확대경에서, 각종 진품의 가치를 알려주는 리서치 북, 그리고 가격을 참조에 도움이 되는 iPhone 등 전문장비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전문지식과 장비까지 동원해 프로들이 설치는 게 요즘의 에스테이트 세일의 현장이다.
경제가 안 좋다. 불황경기는 모든 가격을 떨어뜨린다. 특히 인터넷 마켓이 형성된 이후 일반적 현상이다. 한 마디로 에스테이트 세일은 바이어의 마켓이다. 어느 정도 바이어 마켓인가. 한 경매 전문가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500달러에 낙찰되던 물건이 요즘은 150달러 받기가 힘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호기에 사재기를 하기 위해 프로들이 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최근 패서디나의 한 아파트먼트 컴플렉스에서 에스테이트 세일이 열렸다. 오전 8시가 개장시간. 그러나 그보다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고 있었다. 왜 이토록 일찍 왔나. 다른 곳에서는 오전 9시에 세일이 시작된다. 먼저 이 장소에서 돈이 될 물건을 찾은 후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다.
문이 열리자마자 이들은 서둘러 들어간다. 가구, 도자기, 주방용품, 보석류, 책, 모자에 이르기까지 온갖 품목이 세일로 나와 있다. 이 에스테이트 세일에서 책 수집가인 폴 존슨은 불과 5분만에 한권에 25센트 가격이 붙은 책 37권을 사들였다.
아마추어가 보기에는 그저 헌책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구하기 힘든 책들이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값나가는 책들을 그토록 싼 가격에 사들일 수 있었나.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존슨의 말이다. 책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사전에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또 다른 사람은 꽤 고급품인 도자기 한 벌을 100달러에 샀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건 이 도자기를 EBay를 통해 최소한 다섯 배 이상 가격으로 팔 계획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고급 도자기를 그렇게 싸게 살 수 있었나. 답은 역시 존슨처럼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이다.
에스테이트 세일에서 뭔가 근사한 것을 장만하고 싶은가. 전문가들이 아마추어에게 충고하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그냥 가지 말고 사전에 준비를 하고 가라는 것이다. 프로들이 득실댄다. 준비 없이 그런 곳에 가면 자칫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물건이나 그것도 비싼 값에 주워 오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횡재를 하고 싶다. 그러면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우선 가격 흥정 기술부터 배워야한다는 것이다. 에스테이트 세일은 보통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게 보통이다. 이들이 받는 커미션은 일반적으로 25%~45% 선. 이 사실만 알고 가도 가격 흥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인다면 에스테이트 세일의 경우 가격 흥정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셀러 측도 바이어가 카운터 오퍼를 할 것으로 으레 생각한다는 것.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 그럴 때 너무 서두루지 말라는 게 또 다른 충고다. 며칠 동안 열리는지를 알아보고 폐장 직전에 다시 가보라는 것이다. 개장 때에 비해 가격흥정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준비를 위해서는 인터넷을 활용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사항이다. ‘estate sales’ 단어를 두드리면 많은 경우 가고자 하는 에스테이트 세일과 관련해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프라임위기 여파 팔 물건이 쏟아져
에스테이트 세일은 왜 바이어 마켓인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이를 설명해준다. 팔고자 하는 물건이 쏟아져 나와서다. 죽음이 때로는 고인의 유품을 에스테이트 세일에 부치게 한다. 이혼도 에스테이트 세일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함께 살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혼을 하는 마당에서 보니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을 수 없다. 이 경우 여자들은 그 남자에게 복수를 한다. 에스테이트 세일이 그 한 방법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꽤 값나가는 물건들이다. 은제 식기에서, 고급의 도자기, 그리고 골동품 쿠키 단지에 이르기까지. 이 주방용품들은 여자의 권한에 속하는 물건들. 거기다가 옷에, 장식품 종류 등 사용하던 물건들을 가능한 안 많이 헐값에 팔아치우는 것이다. 이혼하면 어차피 내 차지가 아니다. 그러니 팔아서 돈도 챙기고 복수도 하자는 의미에서다.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반드시 그런 이유들만이 아니다. 고색창연한 가구들이 지겹다. 덴마크 스타일의 현대풍 가구로 모두 바꾸고 싶다. 그래서 고가구들이 세일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아주 심각한 이유다. 파산이다. 그보다 덜 불행한 경우가 다운사이즈를 감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집에 있던 것들을 모두 정리한다. 서브프라임 위기도 물건이 왜 쏟아 나오는지 한 이유가 되고 있다. 집을 날리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집이 없어지는 마당이니 집을 비어야 한다. 그래서 애지중지하던 일용품이며 가구 등을 에스테이트 세일에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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