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하나씩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징크스’인 것 같다. 날짜에 대한 징크스가 있어서 ‘손 있는 날, 손 없는 날’을 따지는 노인 분들이 계시고, 프라퍼티의 앉은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재산이 흥망하는 것을 염려하는 분도 있다.
거기에 ‘풍수’에 대한 것까지 더하여 진다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지만, 피하고 싶은 것 한 두 가지씩 없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계약을 위한 약속 시간과 에이전트의 인상에서 부터 에스크로의 넘버까지 지나치게 주문이 까다로운 경우도 있다.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을 때는 이미 준비된 에스크로 서류를 몽땅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시작부터 상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도 없어 난감할 때가 있다.
가급적 민감한 부분을 존중하며 일을 진행하느라고 노력을 하는 편인데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다.
“에이전트와의 약속을 하러 가는 길에 신호등마다 걸리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더니…”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통화 중이어서 하지 말라는 건지 원…” “에이전트가 안경을 써서 좀…” “사진을 보니 싫어하는 인상과 닮아서…”. 이유도 많고 사연도 많아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은행 계좌를 오픈할 때에도 일일이 ‘운 때가 좋은 것’으로 확인하는 정도는 그래도 애교가 되지만, 일의 진행에 있어 중도에 트집을 잡는 것 같은 뉘앙스를 주는 일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자신이 불편해 하는 징크스에 대해 말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지난 달에 클로징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사업체는 그 인수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그 자체였다. 렌트 계산이 복잡하니 절반으로 잘라서 15일에 클로징을 하자는 셀러(seller)와 싫어하는 날짜를 피해 클로징을 원하는 바이어 사이의 그 팽팽함에 에이전트와 에스크로는 그야말로 골치였다.
이미 융자는 스탠바이였고, 리스도 나와 있었으며 종업원과 거래처에 이미 말이 나있고 셀러의 스케줄도 있으니 서로 절충을 하자는 제안에 ‘기분이 상하여’ 앞으로 어찌 트레이닝을 받을까 난감하니 계약에 대해 원천적으로 부정한 태도를 보이는 바이어로 앞이 캄캄하였다.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인가, 코가 석자인 셀러가 양보를 함으로써 바이어가 원하는 날짜에 그리고 원하는 시간에 클로징을 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필자가 갖고 있는 징크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징크스에 대한 편협된 생각으로 무엇을 손해보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돌아보면 자신이 없는 부분에 대해 더욱 징크스에 집착을 한 것도 같고, 고집이 통할 때에 주장을 하기도 하였으며 아예 징크스에 맞추어 가려 애를 쓴 습관도 있었던 것 같다.
새로 구입한 자동차의 라이선스 플레이트 넘버가 싫어하는 번호라고 거부할 수 있는 여지가 없듯이 그저 주어지는 상황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늘 부족한 것은 아닐까.
서양 속담에는 ‘입찬 소리’ 할 때마다 나무를 두어 번 두드려서 ‘knock on wood’ 소위 ‘입 방정’을 예방하기도 한다.
우리가 스스로 징크스에 연연해서 살고 있지는 않은 지, 혹 징크스로 인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도 출근길에 영구차가 지나가니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별 수 없이 귀가 얇은 여자인 탓일까.
어릴 적 한국의 기억과 문화보다는 이제 이 곳, 미국의 문화가 편해진 지금, 버리지 못한 한국적인 습성과 또 지극히 미국적인 습관에 모두 젖어 사는 탓에 더욱 많은 징크스가 발목을 잡는 건 사실이다.
(213)365-8081
제이 권<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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