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던 박철웅 전 회장(왼쪽부터), 안이준 전 이사장, 이정수 현 회장, 김히영 전 회장, 정동근 전 회장, 오태영 전 이사장, 안종식 전 회장 등 봉제협회 관계자들.
“타운경제의 젖줄… 미 의류산업 메카 주역”
한때 회원업소 1,500개 넘어
노동법 홍보·장학사업 등 모범단체
90년대 위축… 제2도약 기대
‘남청여봉’
비교적 이민 햇수가 긴 한인들은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 LA 한인타운 경제가 성장의 속력을 내기 시작했던 70년대 후반~80년대 한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말이다. 이 말은 한인 남성들은 주로 빌딩 청소를 했고 여성들은 봉제업소에서 일했던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래 전 봉제업계에 몸담았던 한인들은 공통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의 자부심은 한인타운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으로 시작되며 이를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봉제업소를 운영하는 한인들의 모임 미주한인봉제협회가 오는 12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변창환 초대 회장, 안이준 초대 이사장, 김히영 2대 회장, 안종식 5대 회장, 박철웅 6대 회장, 오태영 10대 이사장, 정동근 14대 회장 등 협회 원로 7명과 이정수 현 회장이 지난달 30일 한자리에 모여 봉제업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놓았다.
▲서로 봉제업소를 시작했던 동기는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기술도 없고 기계 사용법도 모르는 상황에서 업계에 뛰어들었지요.
▲업소 운영에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대다수 한인 여성이었던 종업원들과 함께 정말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자리가 많지 않던 시절 봉제업소는 한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습니다.
▲한인들은 봉제업소에서 번 돈으로 자동차를 사고, 외식도 하고, 장도 보는 등 타운에서 소비함으로써 타운 경제 활성화에 일조했습니다.
▲그래서 한인사회는 지금까지도 봉제업소들이 타운 번영의 젖줄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인들은 하청 받은 옷을 약속한 날에 납품하기 위해 오전 6시에 출근,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한인들은 손재주가 좋아 옷을 예쁘게 만들어 냈습니다.
▲덕분에 주류사회에 한인들의 근면성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보람이지요.
▲기술도 없이 소자본으로 시작해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었으니 참 좋았습니다.
▲봉제업소를 운영하는 동안 매일 밤 집에 가서 돈을 세는 일로 바빴습니다. 돈을 쓸 시간이 없었으니 돈을 모을 수밖에 없었지요.
▲타운에 있는 한 대형 마켓의 창업주와 한 호텔 사장도 한때 봉제업계에 종사했었습니다.
▲전성기에는 남가주 일원에 한인 봉제업소가 1,500개를 넘었습니다.
▲일만 열심히 했지 노동법을 숙지하지 못해 관계 당국에 적발되는 한인 업소가 늘면서 협회 창립의 필요성이 부각됐지요.
▲협회는 회원 업소에 노동법을 널리 홍보했고 장학사업도 펼쳤으며 유명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등 폭 넓게 활동, 한인사회의 모범단체로 칭송을 받았습니다.
▲90년대 들어 외국에서 수입되는 옷이 늘면서 봉제업계가 조금씩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타운 경제 성장과 비례, 한인들의 생활이 안정되면서 많은 한인들이 스몰 비즈니스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것이 봉제업소에서 일하는 한인 여성들이 급격히 줄어든 원인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종업원 대다수는 히스패닉들입니다. 이들 대다수는 번 돈으로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소비하고 있어 봉제업계가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봉제업소들은 앞으로도 남가주 경제 성장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메이드 인 USA’ 의류에 대한 인기가 아직도 높고 유행에 민감한 옷은 어쩔 수 없이 미 의류시장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LA에서 만들어져야 하니 봉제업소는 계속 필요한 존재로 남게 될 것입니다.
▲임원들이 조금 더 봉사하고 회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면 협회는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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