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 확실히 집고 넘어 갑시다. 나는 레이건 대통령의 이름도 언급한 적이 없어요(레이건이 혁신적인 지도자라고 자신이 말한 것처럼 공격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오바마 : 당신의 남편이 그런 이야기를 유세 중에 했죠.
*힐러리 : 여기 나와 있는 사람은 내 남편이 아니라 나예요.
*오바마 : 나는 이번 선거에서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힐러리 : 우리 둘 다 헌신적인 배우자를 두어 자랑스럽네요.
예비선거 초반 토론장에서 오간 힐러리와 오바마의 가시 돋친 대화내용이다. 사실 이번 민주당 예비선거는 힐러리 대 오바마가 아니라 힐러리와 빌 클린턴 대 오바마다. 오바마의 입장에서는 2대1의 힘겨운 싸움이다.
빌 클린턴은 펜실베니아 유세에서 오바마를 ‘키드(kid)’로 부르는가 하면 막판에는 힐러리를 찍는 것은 미국 대통령 탄생에 한표를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오와 예비선거 때는 오바마를 “꿈만 가진 이상적인 젊은이”라고 불렀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가 승리하자 “이 주에서는 과거 제시 잭슨목사도 이기지 않았어요?”라며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것을 은근히 비치며 격하했다.
미국선거에서 후보끼리는 점잖은 법이다. 뼈아픈 소리는 이해관계 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총대를 메기 마련인데 이번 선거에서는 대통령까지 지낸 빌 클린턴이 부인을 위해 그 악역을 맡아 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아니 빌 클린턴이 저런 사람이었어?”하며 왕년의 측근들도 등을 돌렸다.
대통령은 물러난 다음 다시 태어난다. 카터를 보라. 재임 중에 너무 정직해 무능해 보였지만 지금 그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에베레스트와 같은 험한 산은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하산이 더 힘들다. 대통령도 하산이 중요하다. 대통령직을 그만둔 다음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치느냐 까지 포함해서 대통령직 수행으로 보아야 한다. 돈 때문에 동생을 법정 고소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가.
바람쟁이 소리 듣던 빌 클린턴이 힐러리를 위해 뛰는 모습은 ‘아내사랑’ 보다 ‘과욕’ 이미지가 더 강하다. 그가 주지사인데 부인 힐러리가 대통령후보에 출마 했다면 클린턴의 동분서주는 하나의 드라마다. 그러나 클린턴은 주 검찰총장에, 주지사를 3번이나 했고, 대통령직에 8년이나 재임했고,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레이디가 상원의원이 되는 영광을 차지한 행운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자기 부인을 대통령에 당선 시키겠다며 또 선거판에 뛰어 들었다. 그의 모습은 권력에 중독된 정치인 같아 보기에 딱하다. 수단방법 안가리고 이기는 데만 능란한 선거꾼 같은 모습이다.
루즈벨트, 트루먼, 케네디, 존슨, 카터 등 지금까지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이상과 꿈을 가진 지도자였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무엇이 있었다. 그런데 클린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니카 르윈스키다. 게다가 그는 재임시절 공화당에 하원 장악을 빼앗겨 대통령이 하원으로부터 탄핵당하는 수모를 겪은 지도자다.
힐러리가 이번 예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다면 거기에는 빌 클린턴 요소가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빌 클린턴이 보기 싫어서 힐러리 안 찍겠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의 힐러리 지원유세는 클린턴 진영의 자살골이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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