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플로리다주 경선에서 승리한 존 매케인 연방 상원 의원이 마이애미의 한 호텔에서 연설을 마칠 무렵이었다. 갑자기 연단 뒤편에서 한 여인이 달려 나와 매케인 의원을 등 뒤에서 껴안았다. 깜짝 놀란 매케인 의원이 뒤를 돌아 그의 얼굴을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포옹을 했다. 매케인 의원을 놀라게 한 여인은 쿠바 출신의 일레나 로스 연방 하원 의원이었다. 바로 그 옆에서 역시 쿠바 출신의 델 마르티네즈 연방 상원 의원과 형제 연방 하원 의원인 링컨 디아즈블라트, 마리오 디아즈블라트가 흐뭇한 얼굴로 이를 지켜봤다. 경선의 최대 승부처에서 승리한 매케인 의원은 자신을 지지해준 찰스 크리스트 플로리다 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쿠바계 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날 매케인 의원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10여명 중 4명이 쿠바 출신이라는 사실은 미국 정치에서 쿠바 이민자들의 정치적 힘을 상징한다. 뉴욕타임스는 매케인 후보의 플로리다주 경선 승인(勝因) 의 하나로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백만 쿠바 이민자들의 지지를 꼽았다. 쿠바의 경제 수준은 전체 국가 중에서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르고 국제적으로는 아무런 세력도 없다. 그러나 미국 내 쿠바 이민자들의 힘은 그 반대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150 만명의 쿠바 이민자는 연방 상·하원 의원 4명을 배출했다. 중남미 국가의 이민자 중에서는 가장 강한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마이애미의 쿠바계 정착촌인 리틀 아바나에서 만난 한 이민자는 쿠바 출신의 선출직 정치인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헤아리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쿠바 이민자들에게 대통령 선거와 각종 지방 선거는 그냥 지나치는 통과 의례가 아니다. 70%에 이르는 투표율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중요한 절차다. 이들은 이번 공화당 경선을 앞두고 매케인 후보를 비롯한 모든 공화당 후보들을 불러서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제재와 쿠바 이민자들에 대한 신속한 이민 수속 약속을 받아냈다. 이들이 정치세력화를 통해서 선거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은 미국 전역에 비슷한 규모를 가진 한국 교포사회와 뚜렷이 비교된다. 한국은 세계 경제 규모 12위의 나라이고 평균적인 재미교포의 수준은 쿠바 이민자에 비해 앞서 있다. 그러나 어떻게 정치적 힘을 결집시키고 이를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전략 수준은 아무래도 쿠바 이민자들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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