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간해서 듣지 않으면 도피하라” - 신하가 군주에게 직언을 하는 자세에 대해 예기(禮記)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군주가 바른 말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렇지 못하면 직언한 사람에게 화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군주의 자세란 묘하다. 어려운 시절에는 부하의 바른 말을 듣다가도 세상을 평정하고 나면 바른 말하는 신하를 멀리하게 된다. 심한 경우 죽이기까지 한다. 중국역사에서 부차와 오자서의 관계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인 오왕 합려는 원래 장남인 부차를 세자에 봉하는데 주저했다. 부차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측근을 가까이 하기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는 상황판단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3남을 세자에 봉하려 했다.
이를 알아챈 부차는 재상 오자서에게 매달려 아버지에게 잘 말해 달라고 간청했다. 오자서는 자신이 킹 메이커가 되기 위해 장남 후계자론을 전개, 마침내 부차를 왕위에 오르게 한다. 그러나 부차는 왕에 오른 후 오자서의 충고를 귀찮아했다. 오자서는 사로잡은 월왕 구천을 죽여야 후환이 없다고 누누히 주장 했으나 왕 부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간신들의 귀속말에 넘어가 오자서를 죽이게 된다. 오자서는 “내가 처형되면 두 눈을 빼 동문 입구에 달아 놓아라. 오나라가 월왕 구천에게 짓밟히는 것을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 이를 갈며 죽는다.
오자서는 왜 비참한 최후를 마쳤는가. 부차를 왕위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신의 공로를 과신한 것이다. “누구 덕분에 자기가 왕이 되었는데…”하는 자세가 오만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왕이 싫어하는데도 강경한 자세로 직언을 들이밀다가 화를 자초한 것이다. 게다가 오자서의 성격 자체가 과격해 평소 적이 많았다.
참모는 무대에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를 잘 구별해야 명참모다. 유방을 도와 항우를 누르고 천하를 통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량(장자방)은 유방이 왕에 오르자 모든 것을 버리고 낙향해 편안한 생을 보냈다. 반면 뛰어난 전술가인 한신은 자신에게 내린 감투를 불평하다가 역적음모 혐의에 몰려 죽음을 당했다. 한신과 오자서는 중국역사에서 토사구팽(토끼를 사냥하고 난 후에는 개를 잡아먹는다는 의미)당한 참모의 전형이다.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망하게 한 범려도 명참모에 속한다. 그는 월왕이 오나라를 점령하자 바로 은퇴해 상인으로 직업을 바꾸었다. 그는 왜 월왕과 함께 일하기를 피하느냐는 물음에 “구천은 동고(同苦)는 같이 할 수 있어도 동락(同樂)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간은 자신이 섬기던 보스를 왕으로 만들면 실세가 되고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삼국지의 관운장과 장비가 비극적인 최후를 마친 이유도 말년에 오만해졌기 때문이다. 관운장은 사대부에 거만했고 장비는 부하들에게 무자비했다. 오직 제갈량만이 겸손을 유지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마음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마속을 지나치게 믿고 결정적인 자리를 맡겼다가 실패해 읍참마속(泣斬馬謖)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보스와 참모의 함수관계 법칙은 변함이 없다. 한국에서 새로 선출된 대통령과 측근들이 2000년 전 중국에서 군주와 개국공신들 사이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관심 있게 살펴 본다면 정국을 원만히 끌고 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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