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4일 ‘경영권 불법승계’ 지시 특검 소환
全·盧 비자금 사건후 13년 만에 출두
이건희 삼성 회장이 4일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에 소환된다. 출범 85일 만에 이 회장을 소환하는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지금까지의 수사결과 확인된 의혹들을 조사한 뒤 수사 정리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윤정석 특검보는 3일 “조사 내용은 경영권 승계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 로비, 비자금”이라고 말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중점 수사대상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 이는 특검팀이 삼성 의혹의 핵심인 차명계좌 비자금, 정ㆍ관계 로비 등을 입증할 단서를 거의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 조사내용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제3자 배정 당시 이 회장의 지시 유무가 우선 조사 대상이다.
CB와 BW 모두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넘겨졌고, 그 결과 이 전무는 순환출자 형태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회장의 사전 계획ㆍ지시 여부가 확인되면 배임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삼성 비자금 의혹에서는 특검팀이 찾아낸 삼성 전ㆍ현직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 1,300여개에 있는 수조원의 자금이 삼성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 회장 실소유로 확인된 삼성 전ㆍ현직 임원 11명 명의 삼성생명 지분 16.2%의 구입자금 출처도 조사대상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자금 출처를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특검팀도 이를 반박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여부는 물론 유산의 구체적 내역, 삼성생명 주식 차명 보유 이유, 상속ㆍ증여세 등 세금 포탈 의도 등을 파고들어 사법처리의 여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만 있고 물증은 거의 없다. 이 회장이 정ㆍ관ㆍ언론계 로비를 지시한 2003년 당시 ‘회장님 지시사항’ 문건이 발견됐지만, 이 회장이 “로비 의도도 없었고 실행도 안 됐다”고 주장하면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특검팀은 금품로비 의혹 대상인 김성호 국정원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임채진 검찰총장 등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조사도 안 했다.
13년 만의 소환 조사
이 회장의 특검 출석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1995년 11월 8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 다른 대기업 총수 4명과 함께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이 회장 조사는 12시간 가량 진행됐고, 노 전 대통령에게 10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은 이후 2002년 대선자금 수사,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사건인 ‘X파일 사건’, 삼성의 기아차 인수로비 의혹, 검찰 에버랜드 CB 사건 수사 때마다 소환설이 거론됐지만 매번 ‘예정된 출장’이라며 돌연 해외로 나가는 방식으로 소환을 피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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