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진료를 받으러 온 한 외국인 환자가 나를 보자마자 ‘내 눈에 떠다니는 모기 좀 잡아주실래요?’라고 말해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습니다. 이는 비문증이라 하여 날아다닐 ‘비’자에 모기 ‘문’자입니다. 눈 속에 생긴 혼탁이 망막에 비춰져서 이렇게 보이는 것으로 비문증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자연발생적이며 연령이 많아지면서 더욱 잘 생깁니다. 특히 근시가 있는 사람, 백내장 수술 후, 눈 속에 출혈이나 염증을 앓은 경우에 대부분 생기는데, 비문증상 즉 눈앞에 떠다니는 물체를 인위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눈앞에서 어른거려 불편감을 느낄 때는 잠시 위를 쳐다봤다가 다시 주시하면 일시적으로 시선에서 없어질 수 있습니다. 파리나 모기 같은 곤충 모양, 점 모양, 동그란 모양, 아지랑이 모양, 실오라기 같은 줄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보이며 수시로 여러 형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눈을 감아도 보일 수 있으며 보고자 하는 방향을 따라 다니면서 보이는데, 맑은 하늘이나 하얀 벽, 하얀 종이를 배경으로 보았을 때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비문증 자체는 대개 시력의 장애가 생기지는 않지만 예민한 사람에게는 자가적으로 큰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므로, 시일이 경과하여 혼탁이 엷어지거나 적응이 될 때까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정밀검사를 통해 약 20% 정도는 포도막염, 유리체염, 유리체망막염, 망막 열공, 망막 박리, 유리체 출혈, 망막 출혈 등의 원인이 나타나지만 80%는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생리적 비문증입니다.
안구의 내부는 빛이 잘 통과할 수 있는, 매우 투명한 유리체라는 조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빛이 이 유리체를 통과하여 망막에 도달하면 망막의 시신경세포들이 광자극을 인지하여 그것을 뇌로 전달, 시각을 인식하게 됩니다. 젊을 때는 이 유리체가 눈 속을 꽉 채우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나이가 들면 이 유리체는 수축하게 되고, 그 뒤에 새로 생긴 공간은 맑은 액체로 채워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후유리체 박리라고 부릅니다.
이때 수축한 유리체의 뒷면에 혼탁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 혼탁을 보게 되면 날파리 같은 것이 날아다니는 증상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후유리체 박리가 일어날 때 간혹 망막이 찢어져 구멍이 생길 수가 있는데 이 구멍을 통해서 눈 속의 액체가 망막 아래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망막박리라 하여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한방에서는 비문증은 안혼이라 하는데 내경에 보면 ‘간이 허하면 눈앞이 어른어른하면서 보이지 않는다’‘기가 부족하면 눈이 밝지 못 한다’ ‘음혈이 부족하면 눈이 먼다’라고 이야기하고, 또 꽃무늬 같은 것이 나타나는 것은 신장기능이 약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기혈이 허하고 간장과 신장의 기능에 불균형이 생겨서 화기가 위로 떠서 생기는 것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침과 한약으로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도와주면서 눈과 연결된 경락들을 조절해 주면 증상이 많이 호전됩니다.
생활에서는 높은 실내온도, 잦은 사우나 등을 피하시고 화를 자주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컴퓨터를 오래 쓰시는 분들은 중간 중간 눈의 피로를 덜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간신의 기능을 도와 눈을 맑게 해주는 구기자, 간장 경락의 열을 풀어주는 결명자, 눈과 머리를 밝게 하는 국화 등을 차로 만들어 드시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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